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편집국에서] 윤석열도 적폐로 몰 텐가

입력
2019.10.21 04:40
30면
0 0
[PYH2019101620860001300] <YONHAP PHOTO-3867> 법무부 차관과 검찰국장 면담하는 문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후 청와대에서 법무부 김오수 차관(오른쪽 두 번째)과 이성윤 검찰국장(오른쪽)을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다. 오른쪽 세번째는 김조원 민정수석. 2019.10.16 [청와대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scoop@yna.co.kr/2019-10-16 17:00:02/<저작권자 ⓒ 1
[PYH2019101620860001300] <YONHAP PHOTO-3867> 법무부 차관과 검찰국장 면담하는 문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후 청와대에서 법무부 김오수 차관(오른쪽 두 번째)과 이성윤 검찰국장(오른쪽)을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다. 오른쪽 세번째는 김조원 민정수석. 2019.10.16 [청와대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scoop@yna.co.kr/2019-10-16 17:00:02/<저작권자 ⓒ 1

“이명박 정부 때 쿨하게 처리했다“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발언이 사달이 날줄 알았다. 윤 총장 말처럼 MB정부에서 대통령의 친형과 측근이 검찰수사로 구속되긴 했다. 하지만 솔직히 MB정부 검찰은 중립적이지 않았다. 광우병 사태 와중에 표현의 자유를 묵살한 채 ‘PD수첩’을 잡았고, 지금보다 더 지독한 과잉수사로 전직 대통령과 총리를 옭아맸다. 반대 진영 제압이 목적인 많은 사건에서 무죄가 선고된 점만 보더라도 MB검찰은 도리어 편파적이었다.

이철희 의원이 서둘러 말을 끊는 바람에 윤 총장의 의중을 헤아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검은 “과거와 달리 청와대에서 검찰의 구체적 사건 처리에 관하여 일체 지시하거나 개입하지 않는다는 점을 설명하려고 했다”고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공개된 발언만 놓고 보면 ‘지금은 MB정부만큼 쿨하지 못하다’는 항변으로 해석될 소지가 없지 않다.

대검 해명대로 청와대나 법무부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에 직접 개입한 정황은 없다. 그러나 과연 청와대에서 ‘조국 수사’를 막아서지 않았다고 할 수 있을까. 우선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총장을 향해 몇 차례씩 검찰개혁을 주문한 사실을 어떻게 볼 것인가. 서초동에서 검찰개혁을 외치는 무수한 군중이 ‘조국 수호’의 손팻말을 들고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검찰개혁과 조국 수사는 한 몸이나 다름없다. 검찰로서는 권력의 검찰개혁 주문과 서초동 촛불의 외침을 조국 수사에 대한 저항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도리가 있을까.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선출된 권력을 제압하려 한다’는 여권과 진보 진영의 주장은 또 어떤가. 조국 수사는 국민이 직접 선출한 대통령의 임명권에 도전하는 일종의 항명이라는 게 이런 주장의 인식론이다. 그렇다면 검찰청법에 ‘공익의 대표자’로 표현된 검찰은 선출된 어떤 권력도 견제하지 말아야 옳은 것인가.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이기 때문에 국민이 직접 뽑은 국회도 건드리지 말라는 것인지 묻고 싶다. 검찰권은 선출ㆍ비선출을 가리지 않고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 모든 분야의 거대권력을 견제하는 데 최적화된 기능이란 사실을 잊은 주장일 뿐이다.

청와대와 여권은 인권 침해와 강압 수사 등 검찰권 남용을 문제 삼고 있지만 검찰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도리어 검찰권의 편파성이 문제였다. 최고권력의 눈치를 보면서 정권의 입맛에 맞는 결과를 제조해 낸 사례가 부지기수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임명권자에게 칼을 돌려서는 안된다는 논리에 익숙해지다 보니 살아있는 권력은 제대로 겨누지 못하고 정권 하수인 노릇만 했다”고 했다. 중립적이지 못한 검찰권 행사로 검찰이 길을 잃었다는 탄식이다.

검찰권을 축소하는 개혁 방향은 이제 역사적 흐름이 됐다. 종국에는 수사와 기소도 분리될 것이며, 검찰권 남용으로 인한 과잉 수사와 인권 침해 논란은 사라질 것이다. 다만 검찰이 수사권을 완전히 놓을 때까지는 과도기적으로 검찰 수사의 현실성을 인정해야 한다. 조국 수사도 다르지 않다. 인권 침해와 과잉 수사를 둘러싼 논란은 경계해야 하지만, 검찰 수사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살아있는 (미래)권력’으로 발돋움한 조 전 장관을 상대로 어떤 결과를 낼지는 차분히 지켜보면 될 일이다. 검찰개혁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검찰을 장악하고자 한다면 또다시 권력의 시녀로 전락시켰다는 검찰의 자괴감만 증폭될 것이다.

서초동과 여의도의 촛불은 윤석열 총장 또한 적폐로 몰 태세다. 검찰을 다시는 권력의 하수인으로 활용하지 않겠다는 선한 의지는 어디에도 찾을 수가 없다. 윤석열 검찰 또한 문재인 정부의 산물이라는 점도 잊은 것 같다. 국정농단과 사법농단 수사 때는 잘 드는 칼이라고 극찬하다가 지금 와서 치명적인 흉기로 취급한다면 검찰을 정권의 도구로 활용했던 과거 정부와 다를 바가 무엇인가.

김정곤 사회부장 jkki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