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사법적폐청산을 위한 제10차 검찰개혁 촛불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고 공수처 설치, 검찰개혁 법안 통과 등을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퇴 이후 첫 주말인 19일, 검찰 개혁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서울 여의도와 서초동 일대에서 동시에 열렸다. 앞서서는 자유한국당이 광화문 광장에서 반정부 장외 집회를 여는 등 조 전 장관 사퇴 이후에도 주말 서울 도심은 집회로 달아오르는 모양새다.

여의도 집회는 그간 서초동에서 9차례 촛불집회를 열어왔던 검찰개혁사법적폐청산범국민시민연대(시민연대) 주최로, 서초동 집회는 9일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조 전 장관 옹호 집회를 열었던 ‘북유게사람들’ 주최로 열렸다. 북유게사람들은 인터넷 커뮤니티 ‘루리웹’ 정치유머게시판 회원들로 구성된 단체다.

12일 9차 서초동 촛불집회를 끝으로 “검찰개혁 촛불집회 ’시즌1’을 마무리한다”고 밝혔던 시민연대는 공수처 법안 통과를 위해 집회 ‘시즌2’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시민연대는 “지난 4월 29일 상정된 패스트트랙인 공수처 설치법안,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 등의 상임위 심사 기간 180일이 오는 28일 도래됨에 따라 본 법안이 신속하게 처리되기를 바라는 70%의 국민의 뜻을 전달“하려 한다고 집회 개최 이유를 밝혔다.

당초 3만명이 참여한다고 경찰에 신고했던 시민연대는 “주최 추산 참석인원을 파악ㆍ공개하지 않는다”고 보도자료를 통해서 밝혔다. 참가자들은 의사당대로 국회 방면으로 5개 차로 약 300m, 국회대로 국회 정문에서 서강대교까지 4개 차로 약 400m를 채웠다. 시민연대 관계자는 집회 중 마이크를 잡고 “5만명이 넘게 왔다”며 “경찰은 통제선을 확장하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검찰개혁 10번째 촛불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손 피켓을 들고 있다. 뉴스1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이날 집회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시민연대는 ‘국민 퇴임식’을 식순에 넣고 참가자들이 작성한 편지를 낭독하거나 감사패를 제작해 공개하기도 했다. ‘1,000만 촛불시민 일동’ 이름으로 제작된 감사패에는 ‘당신의 고결한 희생은 반도의 웅비를 가로막는 구악을 뚫고 산은 웅장하게 높게 치솟기 시작했고, 막힌 강물은 도도하게 흐르기 시작했다’는 글귀가 담겼다.

이날 무대에 오른 여권 인사들은 “검찰 개혁이 곧 민주주의”라며 공수처 설치를 넘어 총선 지지까지 호소했다.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 세계국가 중에서 대한민국 검찰이 제일 센 무소불위 권력을 가지고 있다”며 “공수처를 설치해 절대 권력을 감시하고 절대권력을 분산해 민주주의를 완성시키자”고 주장했다. 진성준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최종승부는 내년 4월 총선에서 벌여질 것”이라며 “1차전 패배를 교훈 삼아 공수처법을 반드시 통과시키고 내년 4월 최종 승부에서는 반드시 승리하자”고 말했다.

독재 정권 시기를 언급하며 개혁을 촉구하는 시민들도 이날 무대에 올랐다. 본인을 1974년 발생한 조작 시국 사건인 민청학련 사건 피해자라고 밝힌 송운학씨는 “당시 검찰은 학생들이 모진 고문을 받았다는 것을 알고도 이런 사실을 이야기하면 ‘다시 중앙정보부로 보내겠다’는 협박을 했다”고 말했다. 송씨는 “법률 전문가로 배울 만큼 배웠고 헌법과 인권에 대해 알고 있던 검사들은 스스로의 양심과 영혼을 팔아 출세에 나섰던 사냥개였다”며 “지금은 정치적 독립성을 어느 정도 회복했다지만 그것이 너무 지나쳐서 탈”이라고 말했다.

'북유게사람들'이 19일 서울 서초역 부근에서 개최한 검찰 개혁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조소진 기자

서초동 집회 역시 경찰에 1만 4,750명이 참석할 예정이라고 신고한 북유게사람들은 당일에 “인원을 추산해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서울지하철 2호선 서초역 1번 출구와 8번 출구 사이에 위치한 무대에서 서울지하철 3호선 교대역까지 6개 차로 약 470m가 참가자들로 메워졌다.

서초동 집회 참가자들은 ‘우리가 조국이다’, ‘조국 수호 윤석열 체포’ 등 팻말을 들고 구호로 “검찰이 범인이다”라고 외쳤다. 서초동 집회에 한 차례 참여한 적이 있다는 이모(58)씨는 “검찰 개혁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조국 장관뿐인데, 사퇴해서 답답한 마음에 나왔다”며 “의혹 제기가 너무 허무맹랑하고 심하지 않았나”고 말했다. 경남 창원시에서 올라왔다는 신모(59)씨는 “정치장사꾼 말고 시민들의 목소리로 열린 게 처음이어서 왔다”며 “일반인들의 목소리를 내려고 왔다”고 말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로 촉발된 광장 세 대결은 공수처 법안 통과를 두고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역시 한국당의 광화문 광장 장외 집회에서 “조국 사퇴했다고 바뀐 게 있냐”며 “더 가열차게 싸워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시민연대와 북유게사람들 모두 26일에도 같은 장소에서 집회를 여는 등 투쟁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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