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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관절 질환, 약물·물리치료·운동만으로 50% 정도 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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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관절 질환, 약물·물리치료·운동만으로 50% 정도 호전

입력
2019.10.22 04:0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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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동식 국제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 인터뷰 

 날씨 추워지면 골반 엉덩이 통증 호소하는 환자 늘어나 

 수중 운동ㆍ자전거ㆍ걷기 도움… 인공관절수술은 마지막 단계 

채동식 국제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엉덩이관절에 문제가 생기면 대부분의 환자는 인공관절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여기지만 초기에 발견하면 약물이나 물리치료, 운동 등으로 절반가량이 크게 호전된다”고 했다. 국제성모병원 제공
채동식 국제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엉덩이관절에 문제가 생기면 대부분의 환자는 인공관절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여기지만 초기에 발견하면 약물이나 물리치료, 운동 등으로 절반가량이 크게 호전된다”고 했다. 국제성모병원 제공

날씨가 추워지면서 골반과 엉덩이 주변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어난다. 고관절(股關節·엉덩이관절) 주위 통증을 추워진 날씨 탓으로 치부하다가 퇴행성 고관절염이나 대퇴골두 무혈성괴사, 점액낭염 등 고관절 질환을 놓치기 십상이다.

‘인공관절수술·관절염 치료 전문가’ 채동식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를 인천 서구 심곡로 병원에서 만났다. 채 교수는 “고관절 질환이라면 대부분 인공관절수술만이 답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만 초기에 치료하면 약물이나 물리치료, 운동만으로도 50% 정도는 크게 호전된다”고 했다. 채 교수는 “인공관절수술을 받으면 모두 해결된 것으로 여기기 쉽지만 자세나 생활습관 교정 등 수술 후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고관절 질환으로 어떤 것이 있나. 

“관절염이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부위가 무릎·손가락·발 등이다. 하지만 고관절에도 관절염이 생긴다. 고관절염은 퇴행성, 류마티스 계통, 감염성 등 여러 종류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퇴행성 고관절염으로 특별한 원인을 찾을 수 없는 1차성 퇴행성 고관절염과 외상이나 선천·후천적 질병으로 생기는 2차성 퇴행성 고관절염 등이 있다. 퇴행성 고관절염 환자는 대부분 2차성이다.

그 다음으로 젊은 남성에게 주로 나타나는 대퇴골두 무혈성괴사가 있다. 괴사라는 병명 때문에 많은 사람이 뼈가 썩는 병이라고 걱정하지만 이는 틀린 말이다. 대퇴골두에 혈액이 공급되지 않아 뼈 조직 일부가 괴사하는 병이다. 무혈성괴사가 왜 발병하는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음주, 과도한 스테로이드 사용, 홍반성낭창(루푸스), 통풍 등이 위험 인자로 알려져 있다. 외상에 의해 생길 수도 있다. 국내에서는 무혈성괴사가 전체 고관절 질환의 70%를 차지한다. 이밖에 고관절 주위에 염증이 생기는 점액낭염이 있다. 점액낭은 관절을 감싸고 있는 일종의 주머니로 마찰을 줄여주는 역할을 하는데 고관절의 과도한 사용이나 잘못된 자세 등으로 염증이 생긴다.”

 -어떤 증상을 보이나. 

“환자는 대부분 고관절 부위에 통증이 심해져서야 병원을 찾는다. 고관절 질환 별로 차이는 있지만 주로 사타구니나 골반부 통증, 양반다리를 할 때, 걸을 때, 누워 있거나 다리를 드는 등 특정한 자세를 취했을 때 생기는 통증이 주증상이다. 따라서 환자가 병원에 왔을 때 어떤 고관절 질환인지 진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병원에 오면 문진(問診)과 함께 의사가 직접 만져 어느 부위가 아픈지 알아보는 신체검사를 통해 고관절 질환인지 척추 질환인지를 구별한다. 척추 질환이어도 고관절 쪽에 통증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고관절 질환으로 의심되면 X선 촬영을 시행한다. 여기서 무혈성괴사인지 관절염인지 확인할 수 있다. 만일 무혈성괴사인지 관절염인지를 확인할 수 없다면 점액낭종 등 고관절 주위 염증질환을 의심할 수 있다. X선 검사로 무혈성괴사나 관절염이 확인되면 병의 진행 정도를 정확히 알아보기 위해 자기공명영상(MRI)과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진행한다. 병 진행 정도를 확인해야 정확한 치료 계획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고관절 질환이라면 인공관절수술을 생각하게 되는데. 

“환자를 진료하다 보면 고관절 질환뿐만 아니라 관절염이어도 인공관절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의료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데다 급격히 고령화 시대에 발맞춰 인공관절수술 건수도 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인공관절수술을 쉽게 여기면 안 된다. 병기(病期)나 증상이 심각해 곧바로 인공관절수술을 받아야 할 수 있지만 초기에 발견하면 약물요법·물리치료·운동요법 등으로 크게 좋아질 수 있다. 이 같은 보존적 치료만으로도 병이 호전되는 사람이 50%를 넘기 때문이다. 인공관절수술은 마지막 치료 단계다. 15년 정도 쓸 수 있는 인공관절수술은 치료의 끝이 아니라 수술 후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과도한 운동이나 쪼그려 앉거나 양반자세 등은 인공관절 수명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고관절 건강을 지키려면. 

“고관절은 우리 몸에서 가장 혹사되는 관절의 하나다. 따라서 하중을 되도록 줄이면서 많이 움직일 수 있는 운동을 하면 고관절 주변 근육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대표적으로 물속에서의 운동이다. 이미 많은 사람이 수중 운동이 관절에 좋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심지어 물속에서 격렬히 움직이는 아쿠아로빅은 고관절 재활 치료에 이용되기도 한다. 또한 자전거 타기와 걷기 등도 고관절 건강에 도움을 준다. 다만 하중을 최소화하기 위해 속도를 크게 늘리지 말고 부드럽고 천천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사람이 늘면서 요가나 필라테스 같은 운동을 하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하지만 자신의 관절 가동 범위를 벗어난 무리하게 움직이다 관절 건강을 해쳐 병원을 찾는 젊은이도 적지 않다. 고관절이 좋지 않은 사람은 요가나 필라테스 외에도 고관절을 구부리는 동작이 필요한 스케이트, 스노보드, 야구 등은 삼가야 한다.

또한 젊은 사람은 과도한 음주를 피하는 것이 좋다. 무혈성괴사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날씨가 점점 추워지면서 낙상도 덩달아 늘어나 고관절 골절이 되기 쉽다. 낙상으로 인한 고관절 골절의 85% 정도가 60세 이상 고령인에서 발생한다. 고령인에게 고관절 골절이 생기면 1년 이내 15~35%가 사망에 이를 정도로 치명적이다. 고관절 골절로 치료를 받아도 절반 정도는 걷는 데 문제가 생기고 각종 후유증으로 고통을 겪을 수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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