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출신의 세계적인 발레리나 겸 안무가 알리시아 알론소가 심혈관 질환으로 수도 아바나의 한 병원에서 17일(현지시간) 별세했다고 로이터 등 외신이 보도했다. 향년 98세.
1920년 아바나에서 태어난 알론소는 열 살 무렵 무용을 시작한 뒤 16세에 미국 뉴욕으로 건너가 동료무용수 페르난도 알론소와 결혼, 27년간 부부의 인연을 맺었다. 1938년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 ‘위대한 아가씨’, ‘눈 속의 스타들’ 등에서 공연했고, 이듬해부터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ABT) 전신인 아메리칸 발레 카라반(American Ballet Caravan)의 일원으로 활동했다. 스무 살 무렵 망막 박리 진단을 받고 여러 차례 수술을 받았지만, 시력 상당 부분을 잃은 채 상대 무용수의 움직임과 무대 조명에 의지해 공연을 펼쳤다. 1943년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의 ‘지젤’ 공연에서 영국 무용수 알리시아 마르코바를 대신해 무대에 서며 일약 스타로 부상했다.
1948년 고국으로 돌아와 자신의 이름을 딴 ‘알리시아 알론소 발레단’을 창단, 이후 ‘쿠바 국립발레단’으로 이름을 바꾼 후 운영했다. 그는 바티스타 군부 독재 시절 다시 쿠바를 떠났다 1959년 쿠바혁명 이후 다시 돌아와 피델 카스트로 정권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면서 쿠바 발레를 전 세계에 알렸다. 1995년 이탈리아 공연을 마지막으로 ‘현역’에서 은퇴한 뒤에도 쿠바국립발레단 단장으로 왕성한 활동을 이어갔다.
알론소의 별세 소식이 전해진 후 쿠바는 애도 물결로 가득 찼다.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트위터에 “알리시아 알론소는 떠났고 우리에게 엄청난 공허감을 남겼다. 그러나 동시에 뛰어넘을 수 없는 유산도 남겼다”고 고인을 애도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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