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상규 법제사법위원장이 7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에서 열린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조국타령이 가요계, 아니 정계를 강타해 10주 넘게 정상의 자리를 내려놓지 않고 있다. 이쯤 되면 사실 무슨 일이 터져도 관심을 받기 힘들지 싶은데, 그나마 일성의 샤우팅 창법으로 한순간 시선을 집중시킨 록 스타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법사위원장 여상규다.

“웃기고 앉았네, XX 같은 게.” 여기에서 XX는 장애인을 비하하는 종류의 욕설인데, 아무리 인용이라도 차마 활자로 쓸 수 없어 숨긴다. 일개 필부가 활자로 옮기기조차 저어되는 이 욕설은, 여상규 위원장이 무려 국정감사에서 법사위원장으로서 국회의원에게 뱉은 것이다.

어쩌다 이런 욕설이 나왔을까. 맥락은 더 어이가 없다. 여 위원장은 국정감사 도중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과 관련, 갑자기 수사 책임자인 서울 남부지검장을 불러 “그런 것은 정치 문제”라며 “검찰에서 함부로 손댈 일도 아니다”라고 말한다. 문제는 여 위원장 본인이 패스트트랙 충돌 당시 채이배 의원을 특수감금한 혐의 등으로 고발당한 당사자라는 것이다. 이에 여당 의원들이 항의하자, 격앙해 소리치다 끝내 터져 나온 게 저 욕설이다.

본인이 고발당한 사건에 대해 검찰에 수사하지 말 것을 종용한 그의 발언은 큰 문젯거리다. 법사위는 검찰을 피감기관으로 국정감사를 진행하는 상임위이며, 여상규는 그 위원장이다. 검찰 개혁 등과 관련해 법안이 올라온다면 이를 심의하는 것도 법사위다. 눈치를 안 볼 수가 없다. 그는 이미 패스트트랙 충돌 수사와 관련, 경찰의 수사 태도를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에 절대적으로 참고하겠다며 경찰을 압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여 위원장의 샤우팅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그는 작년 이은애 헌법재판관 후보자 청문회 당시에도 의사진행 발언 신청을 가로막으며, 단전에서 끌어 모은 두성 창법으로 이렇게 내지른 바 있다. “이런, 쯧! 지금 이 회의 진행권은 위원장이 가지고 있어!” 이때도 워낙 강렬한 두성에 묻히긴 했지만, 핵심은 사실 의원의 발언 자체를 막는 월권에 있었다.

월권의 록 스타 여상규는 법사위라는 무대를 만나 폭발적인 시너지를 발휘한다. 법사위는 각 상임위에서 통과된 법률안의 체계ㆍ자구 심사를 맡는다. 원칙대로라면 법률안이 형식적으로 법에 어긋남이 없는지 심사하는 것이 맞겠지만, 실제로는 법의 실질에까지 간섭하거나 아예 심사 자체를 안 해서 법률안을 폐기시키기까지 한다. 이러한 권능이 사실상 법사위를 상원처럼 기능하게 만들었으니, 그야말로 월권의 록 스타에겐 최적의 무대인 셈이다. 여 위원장은 그 폭발적인 월권의 시너지를 살려, 소속 정당인 한국당과 합의 없이 처리한 법안은 해당 상임위로 다시 회부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러다 법사위의 월권을 그 이름에 걸맞게 아예 법제화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법사위는 입법의 가장 중요한 관문 중 하나다. 그래서 법사위원장 자리는 여당의 독주를 막기 위해 제1 야당에 주어지는 것이 관례라고 하는데, 이게 사실 꼭 그렇지만도 않다. 과거 보수 정권 시절엔 꾸준히 여당 몫이었고, 정권 교체가 되자 갑자기 야당 몫이 되었다가, 또 박근혜 정부 후기에는 도로 여당이 가져갔다. 아무리 관례엔 예외가 있는 법이라지만 이 정도면 사실 제멋대로에 가깝다.

여상규는 중요한 인물이지만, 그 중요성에 비해 주목받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 한 사람이 이 모든 사달의 근간이라 볼 순 없지만, 그렇다고 그가 그저 당의 의지대로 이뤄지는 꼭두각시라 여기는 것도 도리어 그에 대한 모욕이 될 것이다. “웃기고 앉았네, 이 양반 정말.” 이건 80년대 간첩조작사건의 1심 판사로서 무고한 피해자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던 일에 대해 묻자 그가 보여준 반응이다. 그는 그 시대의 판사였던 자기 자신의 그림자를 떨쳐내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법사위원장 여상규는, 부적절한 자리의 부적절한 인물이다.

임예인 슬로우뉴스, ㅍㅍㅅㅅ 편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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