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노동자법 1년, 고작 9건 신고에 과태료 부과 2건뿐 
 회사 소극적 대응에 피해 여전 
감정노동자보호법 시행 1년을 맞지만, 현장에선 노동자들이 막말 등의 피해를 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류효진 기자
 

#서울시내 한 면세점 가방 판매점에서 일하는 20대 박지연(가명)씨는 지난 여름 매장에 들어와 다짜고짜 가방을 던지며 욕설을 하던 손님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울렁거린다. 그 손님은 가방 끈이 달린 고리가 갑자기 떨어졌고 가방에 흠집까지 났다며 소리를 질렀다. 박씨와 다른 직원들이 연신 “죄송하다”며 제품을 수리해주겠다고 했지만 막무가내로 욕설을 그치지 않았고 회사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너 왜 이렇게 멍청해.” 7년차 콜센터 상담원인 이강미(가명)씨는 지난달 막말을 쏟아내는 고객에게 대응 매뉴얼대로 ‘막말을 하면 상담을 중단할 수 있다’고 세 차례 알린 뒤 전화를 끊었다. 관리자에게도 즉시 상황을 알렸고, 관리자는 본사에 보고했지만, 본사에서는 콜센터 내부에서 처리하라고만 지시했다. 그러는 사이 이번엔 이씨 동료가 다시 걸려온 전화를 받아 막말세례에 시달려야 했다.

폭언ㆍ폭행 등 고객의 ‘갑질’에 시달리는 감정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감정노동자보호법(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이 18일로 시행 1년을 맞는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감정노동자가 피해를 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회사의 도움도 제대로 못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도청이 올해 2~7월 이 지역 감정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982명)의 41.1%가 근무시간 절반 이상을 화가 난 고객이나 민원인을 다뤄야 한다고 답했다. 상당수 감정노동자가 고객들의 폭언 등 위험에 노출돼있는데도 이들은 회사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었다. 4점 척도 조사에서, ‘고객에게 폭력을 당하지 않게 회사가 조치를 취해준다’는 항목에 응답자들은 ‘전혀 없다’(1점)에 가까운 1.98점을 줬다. ‘고객 응대과정에 문제가 생겼을 때 노동자 보호 지침이 있다’는 문항에는 ‘전혀 아니다’(4점)에 가까운 2.74점이 나왔다.

법 시행 1년이 지났지만 신고건수는 미미하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감정노동보호법 위반 신고 건수는 지난 1년간 9건에 불과하다. 7건은 사업주가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예방조치 미흡으로 시정조치를 내렸고, 다른 2건은 부실한 피해 노동자 보호 조치로 과태료(1회 적발 시 300만원)를 부과하는데 그쳤다.

노동계는 과태료 외에 처벌 조항이 없어 법의 강제성이 떨어지는 점을 문제로 지적한다. 김한나 민주노총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콜센터 분회장은 “강한 처벌을 받는 게 아니라 콜센터 상담사가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입어도 회사는 브랜드 이미지를 위해 고객에게 적극 대응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감정노동자가 대부분 하청업체(용역) 소속이라는 점에서 원청이 책임을 회피하는 문제도 있다. 이지연 대전시노동권익센터 감정노동지원팀장은 “민간부분 감정노동자 열명 중 아홉명은 용역업체 소속”이라며 “직접 고용하지 않은 사업주 입장에서는 감정노동자를 보호하는 데 소홀하다”고 분석했다. 한인임 감정노동전국네트워크 정책연구팀장은 “김용균씨 사망 이후 하청 노동자 안전보건에 대한 원청 책임을 강화하는 산안법 개정법이 내년 1월부터 시행되지만 고용구조가 복잡한 백화점과 마트 등의 노동자들은 사각지대가 될 수 있다”며 “보호받을 수 있는 하청노동자의 범위를 넓히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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