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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울수록 친해진다… 미중 대결에 현혹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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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울수록 친해진다… 미중 대결에 현혹되지 말라”

입력
2019.10.17 15:47
수정
2019.10.17 21:09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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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회의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미소를 띠고 있지만 서로를 경계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회의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미소를 띠고 있지만 서로를 경계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해 7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수입품에 대한 보복관세를 부과하며 시작된 미중 무역 전쟁은 전 세계 경제를 혼돈에 빠트렸다. 양국이 협상 테이블에는 마주 앉았지만, 두 나라 정상은 서로를 ‘친구’라 불렀다가 다시 ‘적’으로 공격하며 기 싸움을 놓지 않고 있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건 한국이다. 무역 전쟁 동안 전 세계 국가 중 수출 감소율이 최대로 떨어지는 등 직격탄을 맞았다. ‘미국에 붙을 것이냐, 중국에 붙을 것이냐’ 노선을 확실히 정해야 한다는 압박도 거세다. 일도양단하지 않으면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것이라는 경고다.

한중 경제 연구자인 한광수 미래동아시아연구소 소장은 이 같은 논리는 매우 위험하다고 말한다. “미국과 중국은 서로 등 돌릴 수 없는 사이다. 트럼프와 시진핑의 극단 대치 이면에는 21세기 글로벌 경제의 최대 공동 수혜국으로서 양국의 보이지 않는 상호 협력관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양국에는 갈등만 존재한 게 아니다. 협력과 지원의 시기도 있었다. 중국 지도자들은 미국을 동경하기도 했다. 미국과의 협력이 중국의 생존과 번영에 필요했기 때문이다. 조지 워싱턴을 우상으로 여겼던 마오쩌둥은 일흔이 넘어서도 영어 공부를 하며, 미국식 실용주의에 열광했다. 중국을 개혁 개방의 길로 인도한 덩샤오핑에게 미국은 롤모델이자, 벤치마킹 대상이었다. 이후 등장한 지도자들 역시 미국과 갈등이 아닌 협력의 길을 택해왔다.

특히 양국 관계는 대립할수록 더욱 긴밀해지는 패턴을 보여왔다. 1979년 미중 수교 갈등, 1997년 미국의 대중국 금융공격, 1999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무산 등 갈등을 거치면서도 양국은 수십 여 개에 달하는 대화 채널을 형성해 왔고, 2006년부터는 양국 최고위 각료들이 참여하는 ‘미중 전략경제대화’를 통해 미중 현안과 글로벌 이슈도 논의해왔다. 군사협력도 구축해나갔다. 저자는 미국과 중국이 서로 분리될 수 없는 절묘한 상호 보완 구조를 구축해왔다는 점을 지난 역사를 돌아보며 실증한다.

그렇다면 미중 관계 부침에 휘둘리지 않는 한국의 생존전략은 무엇인가. 저자는 어느 한쪽 편을 드는 것은 해서는 안 될 금기라고 경고한다. 한미 동맹이냐, 중국 시장이냐를 두고 오락가락하지 말고, 미중 양국 시장을 모두 활용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게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그런 점에서 중국과 경제 협력이 강화되는 것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수용하기 보다는 설득시켜야 한다. 남북경제 협력 등으로 우리의 경제 규모를 키우는 것도 과제다. “미중 대립에 가려진 협력에 주목하라.” 생각을 바꾸면 다른 해법이 보일지 모른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미중 패권전쟁은 없다

한광수 지음

한겨레출판 발행ㆍ364쪽ㆍ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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