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들 김정은 백두산 등정에 관심
“핵실험 등 중대 결단 앞둔 제스처” “푸틴의 마초 이미지 연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백마 백두산 등정’ 사진이 16일 노동신문을 통해 공개되자, 외신들도 자못 심각하면서 흥미로운 장면이라는 반응을 나타냈다. 대체로 대북 제재 국면 속에서 흔들리지 않는 리더십을 강조하기 위한 제스처라는 분석과 함께 중대한 정치적 결단이 임박한 신호로 해석하기도 했다.
미국의 정치전문 매체인 워싱턴이그재미너는 이날 칼럼을 통해 북한이 곧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나 핵실험을 재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위원장은 2013년 장성택 숙청과 지난해 한반도 평화 국면으로의 전환 등 비중 있는 정치적 결단에 앞서 백두산을 찾았다. 이번엔 북한이 대북제재를 거둬들이지 않는 미국을 다시 압박하기 위한 대형 군사도발 예고 메시지로 백마 탄 김 위원장을 내세웠다는 것이다. 영국 가디언은 전문가 분석을 인용해 “김 위원장의 백두산 방문은 북한이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국제 제재와 압박에 맞서는 상황을 상징한다”고 전했다. 미국 미들버리 국제문제연구소의 북한 전문가 조슈아 폴락도 “이것은 반항의 상징이 담긴 성명이다”라며 “내년도 정책방향에 대한 새로운 기대를 설정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김정은이 백마를 타고 영적인 산에 올라 위대한 작전을 계획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김 위원장의 할아버지인 김일성을 연상시키는 사진”이라고 지적했다. 항일전쟁 당시 백마를 타고 전투에 참전했다는 김일성 주석의 신화 같은 이야기에 김 위원장의 모습을 덧댄 것이란 뜻이다. WP는 “백두산은 김씨 왕조의 영적인 고향 같은 곳”이라며 “미국의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끄떡 없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는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의 분석을 소개했다.
신문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마초 이미지’를 연상시킨다”고도 전했다. 러시아가 푸틴 대통령이 상의를 벗은 채 말을 타거나 낚시하는 사진 등을 공개하며 그의 강인한 면모를 연출해 온 것과 비슷하다는 지적이다. 폭스뉴스는 말을 타고 있는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의 사진을 직접 비교해서 보도하기도 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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