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고 우리나라 범죄사상 최악의 미제사건으로 남았던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가 드러났다. 사진은 1987년 1월 5차 사건 현장인 화성 황계리 현장을 경찰이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30여년만에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유력 용의자를 찾아낸 것은 경찰의 장기 미제 사건 수사팀의 역할이 컸다. 2015년 살인죄 공소시효가 폐지되면서 미제 사건 수사가 활기를 띤 결과물이다. 현재 17개 지방경찰청에 장기 미제 수사팀이 별도로 운영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집계된 미제 살인사건은 268건으로, 이중 프로파일러가 분석에 참여한 사건은 30여건에 이른다.

장기 미제 수사팀은 강력계 소속이고, 프로파일러는 과학수사계 소속이지만 중요 사건에는 협력 관계가 절대적이다. 범인 검거를 위한 실제적인 수사는 전담팀이 하지만, 검거를 지원하기 위한 프로파일링 기법을 활용한 분석은 프로파일러 몫이다. 중요 장기 미제 사건 기록을 보고 진술 분석과 용의자 성향 파악, 지리적 프로파일링, 사건 재구성 등을 통해 미제 사건을 원점에서 재조명한다.

미제 사건 해결은 시간이 지나면서 증거가 사라져 불리하기도 하지만 용의자나 주변 인물의 방심도 커져 기회가 생기기도 한다. 강력계 전담팀이 과거의 목격자나 용의자 주변 인물들로부터 가치 있는 진술을 확보하게 되면 프로파일러는 이들에 대한 평가와 진술 분석을 통해 진위 여부를 가리고, 집중 추궁할 신문 전략을 짠다.

중요 미제 사건은 프로파일러를 광역팀 체제로 꾸리는 경우가 많다. 전국을 수도권과 충청권, 호남권, 영남권 등 4개 권역으로 묶어 운영한다. 평소에는 소속된 지방청에서 일하다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광역팀에 소집된다. 미제 사건의 경우 수사 기록이 방대해 보통 500~600쪽에 이르는 자료가 10여권이나 된다. 사전에 기록을 모두 읽고, 합동 회의는 토론식으로 진행한다. 직접 사건 현장을 둘러보는 경우도 많다. 이런 과정을 거쳐 모두가 동의하는 가장 근접한 가설을 찾아 보고서를 작성해 전담팀에 제출한다. “우리는 아직 잊지 않는다”는 게 미제 사건 수사팀의 다짐이다.

이충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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