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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후보 사라진 美 대선 ‘폭풍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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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후보 사라진 美 대선 ‘폭풍 속으로’

입력
2019.10.16 19:13
수정
2019.10.16 22:2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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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15일 오하이오주 웨스터빌에서 열린 민주당 경산 4차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웨스터빌=AP 연합뉴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15일 오하이오주 웨스터빌에서 열린 민주당 경산 4차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웨스터빌=AP 연합뉴스

1년여 앞으로 다가온 2020년 미국 대선(11월 3일) 레이스가 대혼전으로 빠져들었다. 공화당과 민주당 주요 후보로 도널드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이 비교적 일찍 자리 잡았던 2016년 대선전과 달리, 이번에는 양당 어디에도 확실한 ‘1위 후보’가 부각되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민주당 조 바이든 전 부통령. 그리고 공화당 부동의 후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이렇게 1위 후보가 정리되어 가던 분위기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의회의 탄핵 조사 국면 도래로 누구도 더 이상 선두를장담할 수 없는 상황으로 급변했다. 공화당에서조차 트럼프 대통령 재선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가 하면, 일명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깊이 연루된 바이든 전 부통령의 입지마저 크게 흔들려버렸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새로운 경선 국면의 도래”라고 15일(현지시간) 미 오하이오주 웨스터빌에서 진행된 미 민주당 대선 경선 4차 토론회를 표현했다. 혼전의 개시. 누구도 1등이라 쉽게 말할 수 없는 새로운 레이스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NYT가 이처럼 지적한 대목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 탄핵 국면이 벌어지면서 급작스럽게 바이든 전 부통령을 추월해 지지율 1위 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 상원의원이 다른 11명의 후보로부터 집중 견제를 당하는 장면 때문이다. 앞서 민주당 내부에서 맨 앞자리에 섰던 바이든 후보의 동력이 쇠잔해지면서, 후보들은 그를 대신해 ‘신성’으로 떠오른 워런의 각종 진보적인 정책을 꼬치꼬치 캐물었다.

NYT는 “이번 토론회는 워런 의원의 존재감과 다른 경쟁자들의 도전으로 특징지어져 민주당 경선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 것을 확인시켰다”고 평가했다. 토론회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 피트 부트저지 사우스벤드 시장,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 등은 워런 의원의 전 국민 의료보험 공약이 중산층의 세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며 집중 공략했다. 워런 의원의 급진적 공약을 뒷받침할 재원 마련 방안을 집중 추궁하며 비현실성을 부각시킨 것이다. 전 국민 의료보험 도입뿐만 아니라 학자금 대출 탕감, 대학 무상 교육 등을 내세운 워런 의원은 초부유세 도입 등을 재원 마련 방안으로 제시해왔다. 그는 이날 토론회에서도 “중산층 가정의 비용을 낮추지 않겠다”면서 “(경쟁자들이) 모든 세대에게 투자하기보다 부자들을 보호하는 것을 더 중요시한다”고 반박했다. 일단 수위로 뛰어올랐지만, 중산층 지지자들이 워런의 급진 정책의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면 언제라도 다시 순위는 뒤바뀔 수 있다.

뚜렷한 1등의 부재 상황을 열어젖힌 워런 의원의 부상은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추세로 확인된다. 미 퀴니피액대가 지난 11~13일 민주당원 및 민주당 지지 유권자 1,19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워런 의원은 30%의 지지율로 바이든 전 부통령(27%)을 3%포인트 차로 제쳤다. 민주당 경선 선거인단 1,765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도 워런 의원은 아이오와주에서 지지율 25%로 바이든 전 부통령(22%)을 앞섰고 뉴햄프셔주 조사에서도 25% 지지율로 바이든 전 부통령을 7%포인트차로 제쳤다.

워런 의원의 상승세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를 촉발시킨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바이든 전 부통령의 발목이 잡히면서 탄력을 받았다. 최근 진보 그룹의 경쟁자인 버니 샌더스 상원 의원의 건강 문제가 불거진 것도 워런 의원에게 지지세가 쏠리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토론회 전 조 바이든 부통령의 아들 헌터 바이든은 자신을 둘러 싼 비리 의혹에 대해 “부적절한 일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바이든 전 부통령에겐 쓸모가 없었다. 헌터 바이든은 이날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전체적으로는 실수했을 수 있지만 윤리적 잘못에 기반한 실수를 한 것은 절대 아니다”라며 “후회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변호사인) 루돌프 줄리아니와 미국의 대통령이 말도 안 되는 음모론적 아이디어에 귀를 기울일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내부에의 지각 변동과 별개로 트럼프 대통령도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이 주도하고 있는 탄핵에 동조하는 발언이 이어지는가 하면 터키의 시리아 침공에 대해서도 반발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다. 미치 매코널(켄터키) 상원의원은 “테러와의 전쟁에서 미국을 도운 시리아 쿠르드족 파트너들에 대한 터키의 적대행위 확대는 완전히 용납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매코널 의원은 직접 트럼프 대통령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안전과 타인의 자유를 대변하는 신중하고 책임 있는 세계 권력을 만들어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고립주의적 외교 정책을 꼬집었다.

연방공무원 사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뉴요커는 제임스 베이커 전 연방수사국(FBI) 법률고문이 “트럼프 대통령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대통령의 능력을 부적절하게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14일 보도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빼앗아갔지만 사람들이 더 이상 그를 두려워하지 않게 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앞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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