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본행사-카퍼레이드-만찬 순서로 진행 예정 
 1990년 즉위식 때 ‘일왕제도 반대시위’ 이번에도 열릴지 관심 
나루히토 일왕 즉위식 본 행사가 열리는 도쿄 지요다구의 고쿄(皇居) 전경. 사진 가운데 숲 속 연한 녹색 건물이 왕궁이다. 도쿄=연합뉴스

오는 22일 나루히토(德仁) 126대 일왕 공식 즉위식이 일본에서 열립니다. 지난 5월 1일 나루히토 일왕이 왕의 표식인 삼종신기(청동검, 청동거울, 굽은 구슬)를 이어 받은 의식이 레이와(令和) 시대가 열렸음을 선포한 국내 행사라면, 22일 즉위식은 세계무대 데뷔의 장입니다.

일왕은 중세 이후 실질적인 통치 권력을 잃었지만 일본인들이 여전히 신성 불가침의 존재로 받아들이고 있는 만큼 그 즉위식은 성대하게 열립니다. 때문에 일본 정부는 이번 즉위식에 국교를 맺은 195개국 국가 원수와 국제기구 대표 등 2,500여명을 초청했습니다. 그렇다면 즉위식은 어떻게 진행될까요.

이날 행사에서 가장 화려한 것으로 예상되는 순서는 카퍼레이드입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식전위원회’는 도쿄 고쿄(皇居)의 궁전을 출발해 국회의사당, 국립 국회도서관, 아오야마 거리를 지나 나루히토 일왕 부부의 거주지인 아카사카 고쇼(赤坂御所)까지 4.6㎞ 구간을 퍼레이드 경로로 결정했습니다. 만약 날씨가 좋지 않으면 카퍼레이드는 26일로 연기될 수 있다고 합니다.

나루히토 일왕 부부는 약 30분간 도요타 센추리를 오픈카로 개조한 차량을 타고 퍼레이드를 벌입니다. 퍼레이드에는 왕위 계승 1순위인 후미히토(文仁) 왕세제 부부, 아베 총리와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등도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990년 11월 12일 아키히토 일왕 즉위식 때 도쿄 도심에서 열린 카퍼레이드 모습. 한겨레

1990년 11월 12일 아키히토(明仁) 일왕 즉위식 때 사용하던 영국산 롤스로이스가 일본산 차로 바뀌었고, 등장하는 인물들이 달라진 것 외에 전체적인 행사의 틀은 과거와 유사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 아키히토 일왕 즉위식은 고쿄 궁전에서 정부 요인이 참석한 가운데 일왕이 삼종신기 중 으뜸인 거울 앞에 서서 즉위 사실을 보고하는 황실 행사로 시작했습니다. 이어 일왕이 옥좌에 오르면 총리가 만세 삼창을 하고 일본 자위대가 예포를 쏴 즉위를 축하하는 것으로 본 행사는 끝났다고 합니다. 이번 나루히토 일왕의 즉위식도 유사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본 행사 중 나루히토 일왕이 즉위식 소감인 ‘오코토바’로 어떤 말을 할지에도 관심이 집중됩니다. 아베 총리를 비롯한 보수세력들이 일본을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로 만들기 위해 평화헌법 개정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인데요. 전 아키히토 일왕은 즉위식 때 “일본 헌법을 준수하고 일본과 일본 국민의 통합 상징으로서 책무를 다할 것을 서약한다”며 평화헌법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습니다. 나루히토 일왕도 헌법 준수 이야기를 할지 궁금하네요.

본 행사 후에는 카퍼레이드가 이어집니다. 길가에선 일본 시민들이 일장기를 흔들며 즉위를 축하할 예정입니다. 도착 지점인 아카사카 고쇼 인근에는 육해공 자위대 악대 등이 행진곡을 연주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저녁부터는 세계 각국과 국제기구에서 온 사절단을 초대해 만찬이 이어집니다. 우리나라 대표로 참석하는 이낙연 국무총리, 왕치산 중국 국가 부주석, 찰스 영국 왕세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등이 아베 총리를 비롯한 일본 수뇌급 인사들과 인사를 나눌 것으로 보입니다. 한일관계에 대한 논의 같은 중요한 대화는 따로 일정을 잡아 진행됩니다.

일왕 제도 폐지를 촉구하는 집회가 나루히토 일왕이 즉위하기 하루 전인 지난 4월 30일 일본 도쿄의 번화가 신주쿠에서 열렸다. 도쿄=연합뉴스

축하하는 분위기로 행사가 진행되겠지만 곳곳에서 일왕 제도를 반대하는 일본인들의 목소리도 터져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나루히토 일왕이 즉위한 날을 전후해 도쿄 도심에서는 나루히토 일왕의 얼굴에 ‘종료’라고 적은 피켓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1990년 아키히토 일왕 즉위식 때는 도쿄 시내와 인근 지역에서 방화, 사제폭탄 테러 등 대관식을 극렬하게 반대하는 사건이 30여건 발생했습니다. 도심에서는 1,200여명이 반대 집회를 열고 가두행진을 했으며, 임시공휴일인데도 일부 학생들이 학교에 모여 일왕 제도 찬반 토론을 벌였습니다. 이번에도 같은 상황이 벌어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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