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피해 양산” vs “심증으로 판결 못해”
귀가하던 여성을 쫓아가 집에 침입하려 했던 이른바 ‘신림동 강간미수’ 사건의 30대 남성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았다. 그러나 논란의 쟁점이 된 강간미수 혐의는 인정하지 않아 이를 두고 온라인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부장 김연학)는 16일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주거침입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조모(30)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주거침입 혐의만 유죄로 인정하고, 강간의 고의는 없었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해자에게 말을 걸기 위해 뒤따라갔다는 피고인 주장을 완전히 배척할 수 없다"며 "강간 미수는 (피해자의 집에 들어가려 한) 행위로 인해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이를 토대로 고의를 추단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객관적인 행위를 비롯한 간접 사실들을 기초로 피고인이 강간죄를 범하려 했다는 구체적인 부분이 증명돼야 하고, 단지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처벌한다면 국가형벌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하는 것이라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여론은 엇갈렸다. 먼저 “강간 미수에 대한 무죄 판결은 부당하다”고 비판하는 의견이 나왔다. 한 누리꾼(ja****)은 “이미 비슷한 맥락의 범죄 많이 일어났는데, 일이 일어나고 처벌하면 무슨 소용이냐”면서 “법 집행으로 아예 저런 시도 자체를 못할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또 다른 누리꾼(ta****)은 “(조씨가) 이미 전력까지 있는데, 강간의 가능성을 논할 거리가 되는가” 라고 꼬집었다. 조씨가 2012년 술 취한 20대 여성을 뒤따라가 강제 추행한 전력을 들며 들며 강간의 목적이 충분하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 외에 “당해야 처벌이 되니 당하는 사람은 무슨 죄인가. 사고 방지는 못할 망정 2차 피해를 일으키는 판결”(jh****), “이런 식으로 처벌이 허술하니 범죄가 끊이지 않는 것"(ta****)이라며 추가 피해를 우려하는 반응도 나왔다.
반면 법원의 판결이 합리적이라 보는 시각도 있었다. 몇몇 누리꾼은 “심증만으로 판결하면 누구나 쉽게 가해자가 될 수 있다”(kh****), “주거침입 후 어떤 범죄를 일으켰을지 아무도 모르는 일인데 강간미수로만 판단할 수 없다”(ji****), “여자가 주거침입하려 하면 강간 혐의 적용할 것이냐. 왜 가해자 성별로 처벌을 달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si****)라는 의견을 냈다.
조씨는 지난 5월 28일 오전 6시 20분쯤 서울 신림동에서 귀가하는 여성을 뒤쫓아가 해당 여성의 집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는 문이 닫혀 안에 들어가지 못하자 약 10분간 현관문을 두드리며 재차 진입을 시도했다. 사건 이후 조씨가 현관문을 열려고 하는 모습이 찍힌 폐쇄회로(CC)TV 화면이 온라인에 공개되면서 사회적 공분이 일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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