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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대의 미제사건으로 묻힐 뻔 했던 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를 특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DNA 시료 채취가 내년부터 어려워질 위기에 처했다. 관련법 ‘DNA 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DNA법)’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올해 말 효력을 상실하는 가운데, 개정법은 처리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국제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6일 법무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검찰은 DNA법이 실시된 2010년 7월부터 올해 7월까지 수형인 등 17만6,960명의 DNA 감식 시료를 채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죄목 별로는 폭력범이 7만1,485명으로 가장 많았고, 강간ㆍ추행범(2만9,101명), 절도ㆍ강도범(2만4,043명), 마약사범(1만4,359명) 등이 뒤를 이었다.

DNA법은 방화ㆍ살인ㆍ강도ㆍ강간 및 추행 등 재범 위험이 높은 11개 범죄군의 DNA 정보를 국가 수집해 범죄수사에 활용하는 토대가 됐다. 형 확정자 등에 대한 DNA 신원확인정보는 대검찰청이 관리하며 구속피의자나 범죄현장 등에서 채취된 건 경찰과 국립과학연구소가 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채취된 DNA는 화성연쇄살인사건을 포함해 다양한 미제사건을 해결하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 검찰이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채취된 DNA를 통한 미제사건 해결 건수는 2010년 33건에서 2016년 7,583건으로 늘었다. 경찰이 DNA채취 및 관리 관련 시스템을 만든 후 지난해까지 DNA 일치판정으로 수사를 재개한 경우도 5,679건에 달한다.

문제는 내년부터 범죄자들의 DNA 채취에 제동이 걸린다는 점이다. DNA법은 지난해 9월 헌법재판소의 헌법불일치 결정에 따라 올해 12월31일을 기점으로 효력을 상실한다. 헌재는 당시 “채취영장 발부 과정에서 대상자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보장하지 않고, 영장 발부에 대해 불복할 기회를 주거나 채취 행위의 위법성 확인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절차를 마련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0월과 12월에 권미혁ㆍ김병기 의원 등이 헌재의 지적을 반영해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으나 여야가 패스트트랙(신속처리) 법안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DNA법은 법사위에 계류된 채 처리 전망이 불투명하다. 금 의원은 “확보된 DNA 정보 활용 등 과학수사를 차질 없이 진행해야 한다”며 개정안의 신속한 국회 통과를 당부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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