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명백한 인권침해, 징계 재검토하라” 대한체육회에 권고

국가인권위원회는 중·고등학교 학생이 참여하는 국가대표 후보 동계훈련에서 현금 도난 사고가 발생하자 코치들이 범인을 찾겠다며 학생들 소지품을 뒤지고 서로 알몸 검사를 하게 한 건 인권침해라고 판단했다.

16일 인권위에 따르면 국가대표 후보 동계훈련에서 코치들이 알몸 검사, 사생활 침해와 같은 인권침해를 저질러 대한체육회에 신고했는데도 이 사건을 맡은 A연맹이 징계혐의가 없다는 판단을 내려 피해가 커졌다는 내용의 진정이 올해 2월 인권위에 접수됐다.

인권위 조사에서 해당 코치들은 진정 내용을 대부분 부인했다. 선수들에게 알몸 검사를 지시한 적도 없고 선수들 소지품도 함부로 뒤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A연맹 역시 사건을 적절히 처리한 거라 문제될 게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진정인 손을 들어줬다. 인권위 조사 결과 201X년 1~2월 중 국가대표 후보선수 동계훈련 과정에서 숙소와 훈련장에서 몇 차례 신발과 현금이 분실되자 코치들은 선수들 개인 소지품을 함부로 들추고 학생들에게 계좌 비밀번호를 말하게 한 후 입출금 내역까지 뒤졌다. 일부 코치가 남자선수들에게 서로 알몸 검사를 하라고 지시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후 코치들은 범인 자백을 받겠다며 선착순 달리기, 단체 오리걸음, 쪼그려 뛰기, 물구나무 서기와 같은 훈련을 빙자한 기합도 여러차례 줬다.

동계 훈련이 끝나자마자 학생들은 대한체육회에 코치들을 신고했고, 대한체육회는 A연맹에 사건처리를 맡겼다. 하지만 A연맹은 처음엔 체육회로부터 관리단체로 지정됐단 이유로 조사를 미적대다 관리단체가 해제된 이후 본격 조사를 벌였는데, 그마저도 신고 내용 일부를 누락하고 피해자 조사도 충분히 진행하지 않고 서둘러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어 모두 징계혐의가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는 게 인권위 판단이다.

인권위는 코치들이 명백히 인권침해를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당사자 동의도 받지 않고 소지품이나 계좌내역을 뒤진 건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한 것으로 봤다. 또 코치들이 훈련을 빙자한 기합을 준 것도 ‘아동금지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신체적 학대행위라고 판단했다. 이에 인권위는 대한체육회 회장에게 직권으로 해당 코치들을 상대로 재심사를 벌여 징계여부를 다시 검토하라고 권고했고, A연맹 회장에겐 해당 코치들에 대한 특별인권 교육을 권고했다. A연맹엔 사건을 부실하게 처리한 책임을 물어 관련자들을 상대로 인권교육을 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는 “대한체육회와 A연맹 모두 이번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피해자들의 구체를 소홀히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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