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달은 특별한 한 달이었습니다. 그러니까 평범한 한 달이 아니었다는 뜻입니다. 평화를 얘기할 때 두 가지 차원이 있지요. 하나는 관계적인 차원으로 아무하고도 갈등이나 다툼이 없고, 누구를 미워하거나 누구 때문에 분노하지 않는, 그래서 적어도 관계에 문제가 없거나 화목한 관계의 평화입니다. 다른 하나는 일적인 차원으로 우리가 흔히 '별고 없느냐? 별일 없다.'의 차원입니다. 특별히 안 좋은 일이 없는 평화인데 저의 지난 한 달은 특별한 일이 있었던 한 달이었습니다. 한 달 중 20여 일은 특강이 있어서 호주와 뉴질랜드를 다녀왔고, 돌아오지마자 지난 한 주는 수해 지역에 다녀왔습니다. 느낌이 없을 수 없지요. 유감이라는 말입니다. 아주 대조되는 느낌이 있고, 특히 수해 지역에서의 특별한 느낌이 있습니다.
우선 두 나라, 특히 뉴질랜드와 우리나라를 비교할 때 드는 느낌이 있습니다. 잠깐 갔다 온 것이니 속살을 제가 다 아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튼 뉴질랜드는 평화, 고요, 보존, 이 세 단어가 어울리는 곳입니다. 그런데 뉴질랜드가 평화롭고 고요하다는 느낌은 굳이 설명이 필요 없지만 세 번째 보존의 느낌이 특별하고 설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뉴질랜드는 자연이건 사람이건 보존이 잘 되어 있고, 계속 보존을 잘 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잘 아시다시피 지금 평화롭거나 고요하지 않습니다. 좋게 얘기하면 여러 가지 역동이 있고, 안 좋게 얘기하면 갈등들이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지금 우리나라는 정치사회적으로 큰 갈등이 있으며, 갈등이 있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표출이 되어 시끄럽습니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뉴질랜드와 비교할 때 보존이 잘 되어 있지 않고, 보존을 잘 하지도 않는 것 같습니다. 개발이라는 그럴듯한 단어로 훼손이 이뤄지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겁니다. 왜냐면 우리나라는 인간이건 자연이건 개발이 너무 빨라 개발 또는 계발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마구 개발되고 그래서 훼손되고 있다는 느낌인 것이지요.
아무튼 지속적인 막개발과 정치사회적인 갈등으로 우리나라는 평온치 않고 난리가 난 것 같은데 어쩌면 좋습니까? 물난리까지 난 것입니다. 이럴 때 저는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서초동이나 광화문에 갈 생각은 조금도 없고 수해 현장에 당연히 가야 한다고 늘 생각하는 것이 저이기 때문입니다. 오래전부터 저는 일명 '긴급 구조대'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재해 발생시 저 혼자 달려갈 수도 있지만 단체로 바로 달려갈 수 있는 자원 봉사자 단체 말입니다. 자연 재해는 구조와 복구에 즉시성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재해가 났을 때 바로가 도움이 제일 필요할 때이고 그래서 바로 투입이 되어야 하지요. 아무튼 그래서 수해 지역에 간다는, 동참할 분은 동참해 달라는 방을 띄우곤 이곳 삼척 현장에 왔습니다. 와서 수해를 당한 분들의 말을 들어보니 역시 난리의 이유는 막개발 때문이었습니다. 비가 많이 쏟아지기도 하였지만 물길을 복개한 탓이라는 거지요. 아무튼 저는 개발과 훼손과 파괴를 현장에서 보며 실감하고 있고 유감이 있습니다.
복구가 한창인데 이곳에 관광을 온 분들 때문입니다. 사진기를 들고 연신 사진을 찍는데, 피사체가 복구하는 사람들이나 훼손된 자연이 아니라 아름답고 감탄케 하는 자연인 것이지요. 관광객이 끊어지면 경제가 어려워지니 이곳 경제를 돕기 위해 왔다고 좋게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그렇게 이해되지 않습니다. 필리핀이나 인도에 갔을 때 인력거를 타주는 것이 그들을 돕는 거라 하지만 도저히 저는 탈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이런데 이런 제가 문제이고 수해지역이어도 관광을 온 것이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이들 때문에 수해 입은 분들이 덧상처를 입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김찬선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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