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지연 건설 현장에선 “미국이 강요한 고통에 인민 분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백마를 타고 백두산에 올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6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백두산 입구에 자리 잡은 삼지연군 건설 현장도 현지 지도했다는 게 통신 전언이다. 사진은 백마를 탄 김 위원장.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백마를 타고 백두산에 올랐다. 이달 초 7개월여 만에 비핵화 협상을 재개한 북미가 기 싸움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다. 향후 국정 운영 방향을 고민하고 내부 결속을 도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16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백두의 첫눈을 맞으시며 몸소 백마를 타시고 백두산정에 오르셨다”며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간부들이 동행했다”고 보도했다. 등정 시기는 밝히지 않았다.

통신은 “전설 같은 기적들과 거창한 영웅 신화들로 이어지는 우리 혁명의 걸음걸음이 총화되고 새로운 웅략들이 결심되는 조선혁명의 책원지(후방 병참 기지)이며 우리 조국의 무진장한 힘의 근원지인 백두산에서 최고 영도자 동지께서 이번에 걸으신 군마행군길은 우리 혁명사에서 진폭이 큰 의의를 가지는 사변”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승리의 성산 백두산에는 우리 조국을 최강의 힘을 보유한 강국의 전열에로 완강하게 이끄시며 역사의 흐름을 정의와 진리의 한길로 주도해가시는 김정은 동지의 전설적인 기상이 빛발치고 있다”고 찬양했다.

“동행한 일꾼들 모두는 최고 영도자 동지께서 백두령봉에서 보내신 위대한 사색의 순간들을 목격하며 또다시 세상이 놀라고 우리 혁명이 한걸음 전진될 웅대한 작전이 펼쳐질 것이라는 확신을 받아 안으며 끓어오르는 감격과 환희를 누르지 못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통신은 다른 기사에서 김 위원장이 백두산 입구에 자리 잡은 삼지연군의 인민병원과 치과전문병원 건설 사업, 삼지연들쭉음료공장 등을 찾아 현재 마무리 중인 2단계 공사를 현지 지도했다고 밝혔다. 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삼지연에서 “지금 나라의 형편은 적대 세력들의 집요한 제재와 압살 책동으로 의연 어렵고 우리 앞에는 난관도 시련도 많다”며 “미국을 위수로 하는 반공화국 적대 세력들이 우리 인민 앞에 강요해온 고통은 이제 더는 고통이 아니라 그것이 그대로 우리 인민의 분노로 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적들이 우리를 압박의 쇠사슬로 숨 조이기 하려 들면 들수록 자력갱생의 위대한 정신을 기치로 들고 적들이 배가 아파 나게, 골이 아파 나게 보란 듯이 우리의 힘으로 우리의 앞길을 헤치고 계속 잘 살아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는 그 누구의 도움을 바라서도, 그 어떤 유혹에 귀를 기울여서도 안 된다”며 “오직 자력부강, 자력번영의 길을 불변한 발전의 침로로 정하고 지금처럼 계속 자력갱생의 기치를 더 높이 들고 나가야 한다”고 거듭 당부했다.

백두산과 삼지연군은 북한이 ‘항일혁명활동 성지(聖地)’로 선전하는 곳이다. 김 위원장은 남북ㆍ북미 대화에 나서기 직전인 2017년 12월 백두산에 올랐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주기 탈상을 앞둔 2014년 11월과 고모부인 장성택 당시 노동당 행정부장을 처형하기 직전인 2013년 2월에도 백두산에서 국정 운영 구상을 했다. 삼지연군은 올 2월 말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뒤인 4월 올해 첫 경제 현장 시찰을 나간 곳이다. 지난해에만 세 차례 들렀다.

보도와 발언 내용 등을 감안할 때 일단 당장 대미 협상을 서두르기보다는 내부 결속을 다지며 자력갱생으로 어려운 경제 상황을 타개하겠다는 김 위원장의 의지가 이번 방문을 통해 드러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달 5일 스톡홀름 북미 실무협상이 결렬로 마무리된 뒤 북한이 체제 안전 보장 등 비핵화 반대급부 제공을 미국에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도 정황 근거다.

삼지연군 현지지도에는 조용원(조직지도부), 김여정(선전선동부) 당 제1부부장과 현송월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 겸 삼지연관현악단 단장, 마원춘 국무위 설계국장 등이 수행했고, 양명철 삼지연군 위원장이 현지에서 영접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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