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3차례 출석 요구 불응 증거 충분하지만 강제수사 불가능
조국 부인 전례 따라 가능성도
지난 1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패스트트랙 사건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신정동 서울남부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검찰과 상의 없이 출석한 황 대표는 검찰 조사에서 묵비권을 행사했다. 이한호 기자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여야 충돌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고민에 빠졌다. 고소ㆍ고발 등으로 수사 대상에 오른 자유한국당 의원은 무려 60명에 달하는데, 경찰 수사에 이어 검찰 수사 단계에서도 검찰의 출석 요구에 일체 응하지 않아서다. 고화질 동영상 등 수사에 필요한 자료가 풍부한 만큼 검찰이 의원들에 대한 직접 조사 없이 바로 기소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묘하게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 사례가 근거로 거론된다.

15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은 지난달 27일, 지난 4일에 이어 이번 주 모두 세 차례에 걸쳐 자유한국당 의원 60명에게 출석 요구서를 보냈지만, 한국당 의원들은 모두 응하지 않았다. 패스트트랙 사건에 연루돼 수사 대상에 오른 국회의원은 모두 110명이고 이 가운데 한국당 의원이 가장 많다.

검찰의 고민은 앞으로도 한국당 의원들이 출석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는 데 있다. 경찰ㆍ검찰 수사 단계에서 한국당 의원들은 출석 조사 요구에 일절 응하지 않았을뿐더러, 공개적으로 패스트트랙 수사 자체를 비판하고 있다. 지난 1일 검찰에 자진출석했던 황교안 대표는 “패스트트랙에 의한 법안 상정은 불법이기 때문에 평화적 방법으로 저항하는 것은 무죄다”라며 “그렇기에 한국당은 소환에 응할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소속 의원들에게 “수사기관에 출두하지 말라”고 말했다.

한국당이 여지를 남겨두긴 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국정감사가 종료된 이후에 일정을 협의해서 출석하겠다”는 입장을 수 차례 밝혔다. 하지만 이 발언에 대해 한국당 관계자는 “현재까진 다음달 1일 국회 운영위 국감 뒤 나 원내대표가 협의해 출석한다는 게 당의 방침이지만 구체적인 것은 당론으로 결정될 것”이라 설명했다. 출석 여부는 그 때 정치적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밖에 없다.

검찰은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한국당의 결정만 바라봐야 하는 처지다. 지난달 10일 경찰로부터 사건을 서둘러 넘겨 받을 때 세운 ‘신속하게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명분을 스스로 저버리는 셈이다. 강제수사는 국회의 체포동의가 있어야 하기에 사실상 사용하기 어려운 카드다.

이에 따라 검찰이 최종 소환 통보하고 출석 날짜까지 기다리는 것으로 의원에 대한 예우를 갖춘 뒤 당사자 조사 없이 일괄 기소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이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을 때 1.4 테라바이트에 달하는 고화질 동영상도 받은 만큼 국회 관계자들의 증언 등까지 합치면 혐의를 입증하는 데는 별 문제 없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당사자 조사 없는 기소는 이례적이지만 전례가 없지는 않다. 지난달 6일 서울중앙지검은 공소시효 임박을 이유로 조 전 장관의 부인 정 교수를 일단 기소부터 했다. 검찰은 말을 아꼈다. 한 관계자는 “충분한 수사 과정을 거친 뒤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라고 말했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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