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각의 결정 22일자 발령… 미일 안보관계 전문가, ‘금각사’ 미시마 유키오의 사위
일본 정부는 15일 주한 일본대사에 도미타 고지(富田浩司ㆍ62) 금융ㆍ세계 경제에 관한 정상회담 담당 대사를 임명하는 내용을 담은 인사안을 각의에서 결정했다. 지난 8월 내정 사실이 알려진 이후 2개월 만으로, 22일자로 발령된다. 한일관계가 악화하는 상황에서 한미일 3국 안보 협력 등을 감안해 한국 근무 경험이 있는 미일관계 전문가를 기용했다는 평가가 많다.
도미타 신임 대사는 도쿄(東京)대 법학부를 졸업한 뒤 1981년 외무성에 들어가 주한ㆍ주영ㆍ주미 일본대사관 공사를 거쳐 2013년 외무성 북미국장, 2015년 주이스라엘 대사를 역임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2006년 주한 일본대사관 참사관과 정무공사로 근무하면서 한국과의 인연을 맺었다.
외무성 관계자는 “차분하고 사려 깊은 성품으로 주한 정무공사 당시 한국어가 능통하지 않았지만 한국 노래를 좋아해 운동하면서도 자주 들었다”며 “한국 상황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외교 소식통도 “전임 주한 정무공사였던 스기야마 신스케(杉山晋輔) 현 미국대사가 활달한 성격으로 넓은 인맥을 쌓았던 것에 비해 신중하고 조용히 업무를 했던 스타일로 기억한다”고 전했다. 그는 옥스퍼드대 유학과 주영 대사관 근무 등 7년간의 영국 생활을 바탕으로 ‘위기의 지도자 처칠’ ‘마거릿 대처, 정치를 바꾼 철의 여인’ 등 영국 총리와 관련한 책을 쓴 학구파다.
한국 근무 경험으로 외무성에서 ‘한국통’으로 분류되지만, 북미국장 이전 미일 안보관계를 담당하는 북미국 참사관과 주미 일본대사관 공사를 거친 미일관계 전문가로 꼽힌다. NHK는 도미타 대사 기용에 대해 “한일관계가 악화하는 가운데 북한에 대한 대응 등 향후 한미일 3국 협력이 중요하다”며 “도미타 대사를 기용해 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모색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한편 이번에 주영 일본대사로 결정된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현 대사와 그 전임자인 벳쇼 고로(別所浩郞) 대사는 외무성 관료 중 ‘넘버 2’인 외무심의관을 지낸 뒤 한국대사에 취임했다. 반면 도미타 대사는 외무심의관을 거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내정 당시 한일관계 악화 이후 한국을 홀대하고 있는 일본 정부의 의향이 반영된 인사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도미타 대사의 장인은 소설 ‘금각사’의 작가 미시마 유키오 (본명은 히라오카 기미타케ㆍ平岡公威)다. 탐미주의 소설로 노벨문학상 후보로까지 거론될 정도였지만 이후 우익사상에 경도됐다. 1970년 11월 25일 자신이 결성한 민병대 성격의 조직인 다테노카이(楯の會ㆍ방패회) 대원 4명과 도쿄 육상자위대 이치가야(市ヶ谷) 주둔지(현 방위성 본부)에 난입해 개헌을 위한 자위대 궐기를 촉구하는 연설을 한 뒤 할복해 목숨을 끊었다. 도쿄의 한 외교소식통은 “일각에선 장인의 영향을 거론하고 있지만 결혼 전에다 49년 전 사망한 장인과 도미타 대사를 연관시키는 것은 다소 무리다”라고 말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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