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보톡스 제재의 원료인 보툴리눔균 출처를 놓고 4년 넘게 진흙탕 싸움을 이어오고 있는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이 각자 선임한 외국 전문가들이 자사의 손을 들어줬다며 서로 승리를 자신하고 나섰다. 두 회사를 바라보는 제약업계는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 와중에 업계 전체 신뢰도를 깎아 내리고 있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15일 대웅제약은 현재 진행 중인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소송 절차의 하나로 해외 전문가에게 자사와 메디톡스 보툴리눔균의 유전자 분석을 의뢰한 결과 두 균이 유전적으로 서로 다름이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이 내용을 포함해 자사 균이 메디톡스 균과 다르다는 근거를 담은 보고서를 ITC 재판부에 지난 11일 제출했다고 대웅제약 측은 밝혔다. 이 보고서는 메디톡스가 또 다른 외국 전문가에게 양사의 균 분석을 의뢰해 얻은 결과를 담아 지난달 20일 ITC에 제출한 보고서에 대한 반박 성격이다. 이 같은 절차는 지난 7월 ITC 재판부가 양사의 균을 각 사가 선임한 전문가에게 제공해 분석하도록 한 결정에 따른 것이다.

메디톡스는 자사가 제출한 보고서 결과를 바탕으로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균을 도용했다는 사실이 명백하게 밝혀졌다”고 못 박았다. 메디톡스의 의뢰로 균을 분석한 폴 카임 미국 노던 애리조나대 교수는 ITC 보고서에서 “두 균은 이미 알려진 다른 어떤 보툴리눔균보다 전체 유전자 염기서열(유전자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이 더 가깝게 일치한다”며 “대웅제약 균은 메디톡스 균에서 유래된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양사가 제공한 균의 ‘조상’ 유전자까지 분석해 내린 결론이라는 게 메디톡스 측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대웅제약은 반박 보고서에서 “양사의 균이 다양한 부분에서 차이를 보인다”고 밝혔다. 대웅제약에 따르면 자사 의뢰로 균을 분석한 데이비드 셔먼 미국 미시건대 교수는 양사 균의 특정 유전자(16s rRNA) 염기서열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차이를 카임 교수가 균이 증식하는 과정 중 나타난 돌연변이라고 봤다는 데 대해 셔먼 교수는 ‘이 유전자는 매우 느리게 진화하기 때문에 여기에 차이가 있는 균은 근원이 다르다고 보는 게 일반적’이라고 달리 해석했다.

양사 균의 포자 형성 분석에 대해서도 양측 주장이 엇갈린다. 산소가 없는 환경에 사는 보툴리눔균은 산소가 있는 환경을 만나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막을 형성하는데, 이를 포자라고 부른다. 메디톡스는 자사 균은 포자를 형성하지 않는다고 설명해왔다. “전문가 검증 결과 자사 균의 포자 형성이 확인됐다”는 대웅제약 주장에 대해 메디톡스는 “이례적인 실험 조건에서 나온 유리한 정보만 선택 공개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양사의 날 선 공방을 지켜보는 업계에선 이제 피로감이 쌓이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게 분명해 보인다”면서도 “ITC의 결론이 나올 때까지 싸움이 계속된다면 양사 모두 소비자들의 지지를 얻진 못할 것”이라고 답답해 했다. ITC 판결은 이르면 내년 중반쯤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제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