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아 아이돌 전문 칼럼니스트 SNS서 주장 
 가수 김동완 “기획사 안일한 대처가 병의 숙주” 

가수 겸 배우 설리가 자신이 진행했던 프로그램 ‘악플의 밤’에서 대본을 읽고 있다. JTBC 제공

가수 겸 배우 설리가 14일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뒤 화려한 연예산업 이면에서 아이돌들의 ‘정신건강’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아이돌은 청소년기에 극한 경쟁과 불확실한 미래를 견디며 마음 고생을 하고, 이름을 알리고 난 뒤에는 악성 댓글 등 불특정 다수의 평가에 고스란히 노출된다. 그런데도 이들의 정신건강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시스템은 마련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희아 K-POP 아이돌 전문 칼럼니스트는 이날 설리의 비보를 접하고 나서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아이돌들을 지켜보며 그들의 일이 지닌 특수성과 성격적 특성을 잘 아는 심리상담사가 필요하다고 계속 얘기 해왔다”고 적었다. 박 칼럼니스트는 “이 일과 성장 과정의 특수성을 아는 사람이 (상담을) 해야 하는데, 이 업계에는 그런 의사나 상담사가 거의 없다”며 “(이런) 맥락의 차이가 치료 과정에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지금 위험 수위에 놓인 아이돌도 있을 거고, 또 다른 극단적인 해소책을 찾는 이도 있다”며 “대중에게는 오락이고 가십이지만, 그들에게는 삶과 자존감을 건 하루하루라는 게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라고 했다.

박희아(왼쪽) K-POP 아이돌 전문 칼럼니스트 트위터, 가수 김동완 인스타그램 캡처

이전에도 관련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여러 차례 나온 바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1년 ‘대중문화예술인 표준전속계약서’ 개정을 통해 아동 청소년 연예인 보호 조항을 포함시키기도 했다. 2014년에는 ‘을(연예인)의 인성교육 및 정신건강 지원’ 조항을 추가했다. 연예인은 본인 건강에 이상신호가 감지되면 기획사에 활동 중단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기획사는 연예인의 신체적ㆍ정신적 준비 상황을 반드시 고려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문제는 표준전속계약서의 모든 조항이 권고 사항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때문에 연예인이 기본권을 침해 당하더라도 마땅히 제재할 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연예기획사 차원에서 인권감수성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가수 신화의 멤버 겸 배우 김동완씨는 이날 자신의 SNS에서 “많은 후배들이 돈과 이름이 주는 달콤함을 위해 얼마만큼의 마음의 병을 갖고 일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본인이 원해서 혹은 빠른 해결을 위해 약물을 권유하는 일을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 된다”며 “대형 기획사들의 안일한 대처는 접촉 없이도 퍼지게 될 전염병의 숙주가 될 수 있다는 걸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약물뿐 아니라 심리치료 등 보다 체계적이고 정기적인 대처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보인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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