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에서 화제가 된 신생(스타트업) 기업이 있다. 스마트폰용 건강관리 소프트웨어(앱)를 만든 링크앤커뮤니케이션이다.

링크앤과 계약을 맺은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제공한 앱은 직원들의 식사 등을 점검해 건강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알려 준다. 예를 들어 앱으로 음식 사진을 촬영하면 인공지능(AI)이 음식 종류와 분량을 파악해 앱에 입력된 직원의 키, 체중, 혈압, 콜레스테롤 수치 등 건강 정보를 바탕으로 섭취 여부와 식사량을 조언한다. 심지어 앱은 숟가락과 포크, 젓가락 크기까지 면밀하게 계산해 하루 음식 섭취량을 계산한다.

링크앤에 따르면 일본에서 이 앱을 도입한 기업은 3,500개사이며 이 가운데 중소기업이 3,000개다. 링크앤은 2021년 말까지 1만개 기업이 이 앱을 사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의 많은 기업들이 링크앤을 도입한 이유는 직원이 건강해야 기업 경영도 좋아진다고 보는 건강경영 때문이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상태에서 일하면 집중력이 떨어져 좋은 성과를 내기 힘들다. 몸이 아파 결근하거나 휴직하면 동료와 기업이 부담을 져야 한다. 건강 문제로 퇴사한 직원을 대신해 새로운 인력을 뽑으면 채용 절차나 교육에 비용이 들고 눈에 보이지 않는 전력 손실까지 발생한다.

그래서 일본 기업들은 직원들의 건강을 유지하는 건강경영을 최고 화두로 꼽고 있다. 2006년 건강경영이라는 말을 처음 제시한 NPO건강경영연구소는 직원이 건강하고 긍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을 경영의 기본으로 제시했다. 여기에는 정신적 스트레스 때문에 성과가 떨어지는 현상인 프레젠티즘(presenteeism)을 줄이려는 노력도 포함된다. 프레젠티즘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전체 직원들에게 큰 영향을 미쳐 기업에 치명적 손실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면에는 고령화 국가인 일본의 장기적 고민이 있다. 갈수록 젊은 노동력이 줄어들면서 고령이지만 숙련된 일꾼들의 안정적 근무가 기업 경쟁력이 된 것이다. 그래서 일본 기업들은 연구개발 못지 않게 직원들의 건강관리를 지속 가능한 경영의 기본으로 본다.

정부 차원에서도 2013년 ‘일본 재흥 전략’을 수립해 기업들의 건강경영을 지원한다. 일본 재흥 전략의 핵심은 효과적 건강관리로 질병을 예방해 국민의 건강 수명을 늘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 경제산업부와 도쿄증권거래소는 직원의 건강관리를 효율적으로 챙기는 상장기업을 건강경영종목으로 묶어 투자를 촉진한다.

또 경제산업부와 지방자치단체, 의료법인 등으로 구성된 일본건강회의라는 조직을 만들어 건강경영 우량기업을 선정한다. 여기 선정된 기업에게는 대출 금리 우대와 세제 혜택을 준다.

결정적으로 경제산업부는 매년 ‘건강경영도’라는 기업들의 건강경영 지수를 발표한다. 이 지수는 곧 인재들에게 직장을 고르는 기준이 되고 투자자들에게는 투자 가치를 가늠하는 수단이 된다. 일본 정부가 이를 통해 노리는 것은 경영자들에게 직원들의 건강을 챙기는 것이 복지가 아닌 경영의 기본이며 성장의 밑바탕이라는 인식을 심어 주는 것이다.

고령화에 대한 우려가 큰 우리 입장에서도 건강경영이 결코 남의 일일 수 없다. 그런데도 건강경영에 관심을 기울이는 기업은 많지 않다. 정부조차도 별다른 정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건강경영을 실천하는 기업들에게 금리 우대나 세제 혜택을 주고 산업 전문의 도입을 의무화하는 방안은 정부 차원에서 고민해 볼 만 하다. 또 링크앤처럼 건강경영에 필요한 스타트업들을 지원하고 정신건강을 위한 스트레스 경감 제도 도입 등이 필요하다. 일본은 2015년부터 50인 이상 고용 기업에게는 직원들의 스트레스 점검을 의무화했다.

중요한 것은 사후 관리가 아닌 사전 예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점이다. 이것이 결국 세수보다 지출의 증가속도가 빠른 고령화 사회에서 건강보험비 등 각종 복지에 투입되는 국가 재정을 줄일 수 있는 장기 대책이기도 하다.

최연진 IT 전문기자 wolfpa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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