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루 벤투(50)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축구 대표팀이 14일 오후 평양에 입성했다. 남자 성인축구대표팀의 평양 원정은 지난 1990년 10월 11일 열린 남북통일축구대회 이후 29년 만이다. 손흥민(27ㆍ토트넘)을 비롯한 선수들은 약 1시간 동안 김일성경기장의 인조잔디 적응훈련을 가졌고, 벤투 감독과 이용(33ㆍ전북)은 북한 기자 5명만 참석한 것으로 알려진 기자회견에 참석하는 등 공식일정을 소화했다.
한국 대표팀은 15일 오후 5시 30분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릴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3차전을 치르기 위해 14일 오후 경유지인 중국 베이징에서 평양으로 향했다. 오후 4시를 조금 넘겨 평양 순안공항에 착륙한 것으로 알려진 대표팀은 북한 입국수속을 마친 뒤 숙소인 고려호텔을 거치지 않은 채 곧장 김일성경기장으로 이동해 예정된 공식 기자회견과 공식훈련을 소화했다고 대한축구협회는 전했다.
한국 선수단은 예정보다 약 1시간 늦은 오후 8시부터 약 1시간 동안 김일성경기장의 인조잔디 위에서 처음이자 마지막 적응훈련 가지고 실전을 대비했다. 축구협회가 이날 오후 10시 40분쯤 국내 취재진에 공개한 현지 사진을 보면 김일성경기장의 인조잔디는 우려했던 것보다 훼손이 적은 모습이다. 선수들은 부상방지를 위해 무리한 움직임보단 잔디적응에 주력했을 것으로 보인다. 기자회견장엔 외국인 기자는 단 한 명도 없는 모습으로, 벤투 감독과 통역, 한국 대표팀 최고참 이용만 참석해 회견을 가졌다.
김동기 축구협회 전력강화실장은 베이징 출국 전 본보와 통화에서 “김일성경기장 분위기와 잔디상태에 대해선 2년전 여자대표팀의 평양 원정 때 정보를 토대로 대비를 했다”고 했다. 당시엔 평양엔 5만명여 관중이 경기장을 가득 메워 일사불란한 함성과 꽃가루 응원으로 한국 대표팀에 상당한 부담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나란히 조별리그 초반 2연승을 거둔 남북간 대결은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에서 가장 주목 받는 경기 가운데 하나지만 최종적으로 국내 방송사들이 중계권을 확보하는데 실패하면서 국내에 생중계 될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마지막 남은 방법은 북한으로부터 국제방송 신호를 받아 방송하는 방법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국내 팬들이 경기 내용은 물론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선 국제축구연맹(FIFA) 및 아시아축구연맹(AFC) 홈페이지 문자 중계에 의존해야 하는 등 상당한 불편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대표팀 출신으로 K리그 부산과 수원삼성을 거친 안영학(41)은 AP통신과 인터뷰에서 “평양 팬들은 손흥민에 대해 잘 모르겠지만, 선수들은 손흥민을 잘 알 것”이라면서 “북한 사람들은 축구를 좋아하기 때문에 많은 소음을 낼 같다”고 언급했다. 안영학은 “2010년에는 우리 둘(남북) 다 월드컵으로 갔다”면서 “카타르에도 함께 갔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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