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1이승환이 14일 오후 서울 서교동의 한 소극장에서 정규 12집 ‘폴 투 플라이 후’ 음악감상회를 열고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주고 받고 있다. 드림팩토리 제공

이승환(54)은 여전하다. 1989년 1집 ‘B.C 603’으로 데뷔한 이후 지금까지 쉬지 않았다. 체력도 상당하다. 지난해 11월 경기 부천시에서 시작된 전국 투어 ‘최고의 하루’는 7개월 간 22개 도시에서 진행됐다. 9시간 30분으로 국내 최장 공연 시간 기록을 세운 ‘라스트 빠데이-괴물’이 불과 4개월 전에 열린 공연이었다. 지난달에는 서울을 비롯한 4개 도시의 클럽에서 ‘초심의 클럽투어-모여라 디팩’을 공연했다. 내년에는 국내는 물론 동남아시아 공연도 예정돼 있다.

이승환이 데뷔 30주년을 맞았다. 그는 15일 발매되는 정규 12집 ‘폴 투 플라이 후’(FALL TO FLY 後)로 새로운 비상을 위한 도약에 나섰다.

이승환은 젊은 음악을 꿈꾸고 있다. 단순히 나이를 잊은 그의 외모를 뜻하지는 않는다. 음악인으로서도 현재 유행에 뒤쳐지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고자 했다. 앨범 모니터링에 참여한 20대에게 전적인 지지를 얻었다는 이유로 타이틀곡 ‘나는 다 너야’를 결정했을 정도다. 이승환은 14일 오후 서울 서교동의 한 소극장에서 12집 음악감상회를 열고 “마니아 팬이 두터운 가수로 알려져 있는데, 사실 젊은 세대에게는 록 페스티벌에서 강제로 관람을 할 때나 알게 되는 가수인 듯하다”며 “나이가 든 가수에게 호의가 없는 가요계지만, 현재진행형 음악인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음악적 실험도 꾸준하다. 최근 각광받는 장르인 뉴트로(뉴와 레트로의 합성어로 옛 것을 현대적으로 소화한 음악)를 구현하기 위해 미국에서 구식 건반 악기와 기타 앰프를 직접 공수했다. 1956년 설립된 미국 캐피톨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마쳤다. 영화음악가이자 1999년 이승환 밴드 건반주자였던 박인영이 편곡에 참여했다. 이승환은 “누군가는 ‘자본이 부릴 수 있는 미학’ 정도로 가볍게 치부할 수 있지만, 노력과 시간을 정말 많이 쏟아부었다”며 “K팝이 1990년대에는 냉소를 받았다면, 지금은 환대를 받고 있다. 캐피톨 스튜디오에서 아이돌 그룹 NCT 127를 우연히 만나 먼저 인사하기도 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승환은 30년 간 대중음악계에서 이방인처럼 살았다. 그는 방송보다는 공연 활동에 집중해왔다. 포장된 모습을 보이려 애쓰지도 않았다. 되려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돈의 신’ 등 사회 문제에 목소리를 높였다. 앨범 수록곡 ‘두 더 라이트 띵’(Do The Right Thing)은 그가 가수로서 지켜왔던 가치에 대한 이야기다. 이승환은 “최근 음악 업계에 이상한 일이 많다”며 “이상한 사람이 이상하게 돈을 벌고, 가수가 가져가야 할 공정한 몫이 해쳐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음악의 가치가 돈으로 매겨지고 관련 자본도 거대해지니, 음악과 관련 없는 사업가들도 이곳에 많이 뛰어들고 있다. 그래서 많은 일이 생겨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승환의 관심사는 공연이었다. 다음달 30일부터 양일간 서울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리는 30주년 기념 콘서트 ‘무적전설’을 이야기할 때 유독 눈이 빛났다. 티켓 판매 금액을 모두 투자 비용으로 쓰겠다고 공언하기까지 했다. 이승환은 “한국 기술로 할 수 있는 극한의 광경을 구현하고자 한다”며 “공연은 자본의 미학이라 돈을 쓰는 만큼 나오니, 기대를 120% 뛰어넘는 보람과 희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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