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시의 한 도로에서 초등학생을 치고 자기 나라로 달아났던 카자흐스탄 국적의 불법체류자 A(20)씨가 14일 사건 발생 28일 만에 창원 진해경찰서로 압송됐다.
이날 오전 7시 50분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자진 입국한 A씨는 오후 3시 20분쯤 진해경찰서에 도착한 뒤 곧장 2층 진술 녹화실로 향했다. A씨는 검은색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트레이닝복, 운동화 차림이었다. 그는 다친 아이와 부모에게 할 말이 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이와 부모님 죄송하고, 스스로 죄책감을 느껴 자수하러 왔다"면서 "잘못했다, 용서해달라"고 러시아어로 말했다. 심경을 묻는 말에는 "좋지 않다"고 짧게 말했다.
A씨는 지난달 16일 오후 3시 30분쯤 경남 창원시 진해구 용원동 한 2차로에서 신호등이 없는 도로를 건너던 초등학교 1학년 B(8)군을 운전면허도 없이 자신이 운전하던 로체 승용차로 치고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사고 이튿날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 우즈베키스탄을 거쳐 카자흐스탄으로 달아났다. A씨는 불법 체류자인데다 대포 차량을 이용했기 때문에 경찰은 신원 확인에 시간이 걸려 출국 정지를 하지 못했고, 그 사이 A씨는 한국을 빠져나갈 수 있었다. 사고를 당한 B군은 뇌출혈로 쓰러졌고, B군의 아버지는 “뺑소니범을 잡아달라”는 내용의 글을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리기도 했다. B군 아버지는 "아들의 건강이 기적적으로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A씨에 대한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적색 수배서를 발부 받아 카자흐스탄 인터폴을 통해 그의 소재를 파악했다. 또 법무부 협조로 카자흐스탄 당국에 범죄인 인도를 요청하는 한편 주한 카자흐스탄 대사관 등을 통해 자진 입국을 설득해왔다. 법무부는 사안의 중요성을 고려, 카자흐스탄 정부에 긴급인도 구속을 청구했으며, 주카자흐스탄 한국대사관 역시 현지 외교당국을 여러 차례 찾아가 송환을 통한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진행되는 상황에 심리적 부담을 느낀 A씨는 지난 8일 주한 카자흐스탄 대사관에 연락해 피해자 상태를 묻고 자신의 형량 등을 문의했고, 11일 자진 입국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자신의 도피를 도운 친누나가 불법체류 등의 혐의로 강제 출국 전 출입국당국에서 보호조치 중이란 사실을 A씨가 알게 된 것도 자진 입국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사고와 도주 경위 등에 대한 조사를 마치는 대로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이동렬 기자 dyle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