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최근 ‘사퇴 불가피 공감’ … 李총리 “너무 늦지 않게” 의견 전달
문재인 대통령이 9월 9일 청와대에서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14일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의 표명은 조 장관의 명예로운 퇴진이 불가피하다던 청와대 참모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핵심 인사들조차 “낌새도 없었다”고 말할 정도로 전격적이었다. 조 장관은 전날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사의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청와대에서 기자들과 만나 “조 장관이 전날 고위 당정청 회의가 끝난 이후에 사퇴 의사를 전달했다”며 “조 장관의 결단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무래도 여러 고민들이 이어져 왔지 않나 싶다”고 전했다. ‘인사권자의 의지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본인의 결단이었느냐’는 물음에는 “미리 상의한 게 아니라는 것은 조 장관이 판단해서 결정했다는 말속에 들어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사의를 수용하는 결심을 굳히기까지 고심을 거듭했다는 뜻이다.

조 장관의 사의 표명이 전격적이었다는 건 민주당 반응을 봐도 알 수 있다.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도 이날 오후 국회를 찾은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을 통해 사의 소식을 전달받았다. 이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우리는 강기정 수석한테 (조 장관 사의 소식을) 들었다”고 말했다.

1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검찰개혁을 위한 당정청 회의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특히 전날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조 장관이 “검찰개혁의 방향과 시간은 정해졌지만 가야 할 길은 멀다. 이번에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끝을 봐야 한다”고 의지를 불태웠던 만큼 그의 사의를 예상했던 사람은 없었다. 이 원내대표는 ‘어제 열린 검찰개혁 당정청 회의에서 조 장관 사의 관련 얘기가 없었느냐’는 물음에는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조 장관 사퇴가 당정청 차원의 조율 아래 진행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청와대도 사정은 비슷했다. 오후 1시 30분쯤 법무부 출입기자들에게 조 장관의 사의 표명 입장이 전달됐고, 이 즈음 오후 2시로 예정됐던 문 대통령 주재 수석ㆍ보좌관회의 개최 시간이 돌연 1시간 연기됐다. 오후 무렵에야 사의 소식이 청와대 홍보라인에 전달됐을 가능성이 높다.

[저작권 한국일보]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 그래픽=신동준 기자

물론 당정청은 최근 조 장관의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데 어느 정도 공감대를 이뤄가는 과정이었다. 다만 그 시점을 놓고서는 미묘하게 기류가 엇갈렸다. 그간 청와대에서는 조 장관 거취를 정리하는 문제와 관련해 “너무 이르다”는 쪽에 무게가 실려 있었지만, 현장의 민심을 접하는 민주당에서는 “이미 늦었다”고 말하는 이가 조금씩 늘기 시작했다. 문 대통령 지지율의 40%선 붕괴 가능성이 제기되고,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정당 지지율 격차가 1.0%포인트 이내로 줄어드는 등 민심의 경고등이 잇달아 켜진 것도 문 대통령의 결심을 앞당겼을 것으로 보인다. YTN의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실시해 14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35.3%로, 자유한국당(34.4%)에 0.9%포인트 차이로 추격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은 7개월만에 최저치, 한국당은 5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결과다.

문 대통령이 최근 이낙연 국무총리와 민주당 지도부로부터 조 장관 거취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면서 결심을 세운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특히 ‘조국 정국’ 수습과 관련해 광범위한 의견 수렴을 해 온 이 총리는 “너무 늦지 않는 시점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문 대통령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침 비슷한 시기 조 장관이 연이어 검찰개혁안을 자체 발표하자, 검찰개혁을 일단락 지은 뒤 ‘명예제대’하는 방안이 여권 내에서 거론되기도 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에서 특수부 축소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검찰개혁안 발표를 한 뒤 질의 응답 시간을 기다리며 자리에 앉아 있다. 과천=연합뉴스

여권의 정치적 부담을 조기에 덜어내는 동시에 조 장관의 다음 행보 또한 가볍게 할 수 있도록 한 선택으로 보는 분석도 제기된다. 검찰개혁의 초석을 놓은 성과를 조 장관의 공으로 넘기는 동시에 조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일단락되기 전 장관직에서 물러나게 함으로써 수사 공정성과 관련한 시비에 대한 부담을 덜어준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조 장관은 검찰개혁의 윤곽을, 디딤돌을 만들어 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자세한 여론조사 개요 및 결과는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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