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청 협의회서 논의

정부가 자율형사립고(자사고)ㆍ외고ㆍ국제고를 2025년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방안이 확정되면 내년 시행될 예정이었던 자사고, 특목고 48곳에 대한 재지정 평가도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4일 교육부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교육부, 청와대는 지난달 18일 당정청 협의회에서 ‘자사고ㆍ외고ㆍ국제고의 일괄 일반고 전환’ 계획을 안건으로 다뤘다. 당정청은 이 자리에서 2025년 3월부터 이들 학교를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올해 재지정 평가를 통과한 자사고 14곳이 앞으로 5년 후인 2024년까지 자사고 지위를 보장받기 때문에, 그 다음해인 2025년부터 일반고로 일괄 전환할 수 있다는 게 교육부의 설명이다.

교육부는 그간 재지정 평가를 통한 일반고로의 단계적 전환을 주장해 왔다. 하지만 지난 8월 말 법원이 재지정 평가에서 탈락한 자사고 10곳이 제기한 자사고 지정취소 처분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모두 인용하면서 ‘일괄 전환’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내년에 시행하기로 돼 있는 자사고 12곳, 외고 30곳, 국제고 6곳, 총 48곳에 대한 재지정 평가도 자연스럽게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교육부 관계자는 “내년 재지정 평가에서 탈락한 학교도 올해처럼 또 다시 법원에 집행정지를 신청할 것이고 대법원 판결까지 3, 4년을 기다리다 보면 곧 다음 평가 시기가 돌아온다”며 “그럴 바에야 올해 재지정 평가를 통과한 자사고의 법적 지위가 끝나는 2025년에 일괄 전환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조상식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도 “자사고, 특목고 지정 연장을 위한 평가 때마다 사회적 갈등이 극심하다”며 “국민 여론에 기초해서 일괄 정리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해당 방안이 확정되면, 정부는 이르면 올해 안에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할 것으로 보인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에서 “고교체제 개편 방안 발표 시기가 올해를 넘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환 시기가 다음 정부인 만큼 변수는 남아 있다. 시행일이 다가올수록 학교 측의 반발도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지역의 한 자사고 교장은 “재지정 평가로 일반고 전환이 안 되니 시행령을 개정하겠다는 것은 평가가 공정하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라며 “학생들의 학교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이해 당사자의 반발이 큰 상황이라 민주당 내에서는 일괄 전환이 어렵다는 기류도 포착된다.

전문가들은 자사고, 특목고 폐지 정책이 힘을 받으려면 일반고의 역량 강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제언한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일반고로 전환되더라도 특목고 수준의 다양한 교육과정을 제시해야 한다”며 “교육 프로그램 개발, 교원 수급 문제 해결 등 여러 조치가 수반돼야 교육의 질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당정청 협의회에선 학령 인구 급감으로 인한 사립대의 자발적 퇴로 방안도 논의됐다. 현행 사립학교법에는 별도 정관이 없으면 잔여재산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로 귀속하도록 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설립자도 남은 재산을 일부 가져갈 수 있도록 특례를 적용하는 내용이 골자다. 다만 교육부는 설립자가 잔여재산을 챙기려 의도적으로 폐교를 유도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해산 인가 신청 당시 재학생 충원율이 60~70% 이하인 대학에 한해서만 특례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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