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가수가 1집으로 빌보드 정상 ‘이례적’… K팝 팬덤 충성도ㆍ상업적 가치 보여줘
방탄소년단 성공 후 달라진 K팝 위상… 데뷔 1년 채 안 된 K팝 신인도 미국 순회 공연도
1집으로 미국 유명 음악지 빌보드 앨범 차트인 '빌보드200' 정상에 오른 아이돌그룹 슈퍼엠은 "정말 기쁘고 꿈만 같다"라고 기뻐했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미국 지상파 방송사 NBC의 유명 토크쇼인 ‘엘렌 드제너러스 쇼’ 스튜디오 밖엔 긴 줄이 늘어섰다. 한국의 아이돌그룹 슈퍼엠을 보기 위해 8일 녹화 하루 전부터 몰린 미국 팬들이었다.

◇“팬들이 밤샘 대기” 신기해 한 ‘엘렌쇼’ 진행자

토크쇼 진행자인 드제너러스는 녹화장에서 슈퍼엠을 만나 “팬들이 밤을 새워 기다렸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데뷔한 지 일주일도 채 안 된 신인 그룹을 보기 위해 방송사로 팬들이 몰리기는 이례적이라 신기해했다고 한다. 슈퍼엠은 4일 미국에서 1집 ‘슈퍼엠’을 냈다.

‘엘렌 드제너러스 쇼’ 녹화장에 동행한 슈퍼엠 소속사 SM엔터테테인먼트(SM) 관계자에 따르면 스튜디오 밖에서 미국 팬들은 샤이니 등의 음악을 틀어놓고 함께 춤을 췄다. 슈퍼엠은 샤이니 멤버인 태민과 엑소의 백현 등 SM 소속 실력파 아이돌 7명을 따로 모아 꾸린 프로젝트팀이다. 미국 유명 음악지 빌보드는 지난달 27일 슈퍼엠 데뷔 의미를 다룬 기사에서 슈퍼엠을 ‘K팝 어벤져스’라고 표현했다. 슈퍼엠이 미국에서 시작부터 주목받은 이유다. 슈퍼엠은 1집 타이틀곡 ‘조핑’에서 강렬한 비트의 전자 음악을 앞세워 빈틈없는 군무로 K팝의 장점을 극대화했다.

◇슈퍼엠의 초고속 ‘빌보드200’ 1위

‘K팝 어벤져스’가 15일 공개될 ‘빌보드200’(빌보드 앨범 차트) 정상에 오른다. ‘빌보드200’은 인기곡 차트인 ‘핫100’과 함께 빌보드 양대 차트로 꼽힌다. ‘빌보드200’에서 한국 가수가 1위를 차지하기는 방탄소년단에 이어 두 번째다. 빌보드는 13일 ‘슈퍼엠이 ‘빌보드200’에서 1위로 데뷔한다’는 내용의 예고 기사를 내고 슈퍼엠이 16만8,000점으로 미국 리듬앤블루스(R&B) 가수 서머 워커를 제치고 정상을 차지했다고 알렸다. 미국에서 음반 및 음원 판매량을 집계하는 닐슨뮤직에 따르면 ‘슈퍼엠’ CD는 발매일인 4일부터 10일까지 16만4,000장이 팔렸다. 빌보드는 CD 판매량과 음원 다운로드 횟수를 앨범 판매량으로 환산한 점수를 합쳐 ‘빌보드200’ 순위를 매긴다.

‘빌보드200’은 세계 최대 음악 시장인 미국에서 음반을 낸 각국 가수들이 경쟁을 벌이는 치열한 순위 격전지다. 이 차트에서 슈퍼엠은 데뷔하자마자 빌보드 정상을 차지했다. 빌보드 역사상 아시아 가수가 데뷔 앨범으로 ‘빌보드200’ 1위에 오른 사례는 극히 드물다. 방탄소년단도 데뷔한 지 5년이 지난 2018년에서야 3집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로 같은 차트 1위에 올랐다.

슈퍼엠이 초고속으로 빌보드 정상을 밟은 것은 미국 내 K팝 팬덤의 위력을 보여준다. 김작가 음악평론가는 “슈퍼엠의 ‘빌보드200’ 1위는 미국에서 K팝 팬덤의 충성도를 확실히 보여준 사건”이라고 평했다. CD 발매 첫 주에 15만 장 이상이 팔렸다는 것은 K팝 팬덤이 미국 주류 음악 시장을 뒤흔들 만큼 성장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할리우드 주류 마케팅’ 가능했던 이유

슈퍼엠은 마케팅 덕도 톡톡히 봤다. 슈퍼엠은 할리우드에서 1집 발표 대형 쇼케이스를 열고 TV 와 라디오에 출연한 뒤 CD를 미국 순회 공연 티켓과 엮어 팔았다. 마돈나와 테일러 스위프트 등 미국 유명 팝스타들이 행해 온, 미국 주류 음악 시장의 전형적인 홍보 방식이었다. SM은 미국 유명 음악 유통사인 캐피톨 뮤직 그룹과 손잡고 슈퍼엠의 미국 데뷔를 준비했다. 이 회사의 미국 내 막강한 음악 산업 네트워크 등이 슈퍼엠의 미국 전통 매체 시장 진입에 큰 힘이 됐을 것이란 게 음악관계자들의 공통적인 분석이다. 슈퍼엠은 11일 미국 인기 라디오 채널인 ‘시리우스XM’에 출연했다. 비영어권 음악에 인색해 방탄소년단 음악도 2~3년 전엔 쉬 틀어주지 않았던 미국 전통 매체가 슈퍼엠에 문을 열어준 배경이다.

슈퍼엠의 빠른 미국 시장 진입에 방탄소년단이 큰 발판 역할을 했다. 김윤하 음악평론가는 “방탄소년단의 성공 후 미국에서 특히 대중의 K팝에 대한 인식이 확 달라졌다”며 “이런 변화가 없었다면 SM과 캐피톨의 물량 공세도 통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1월에 데뷔한 K팝 신인 그룹 원어스는 내달 뉴욕, 시카고 등 미국 6개 도시에서 공연한다. 김상화 음악평론가는 “캐피톨 뮤직 그룹이 슈퍼엠 미국 데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신인 그룹이 미국 순회 공연을 할 수 있는 건 방탄소년단 성공 이후 미국에서 K팝이 상업적 가치를 인정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