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사이클 대표팀은 2004년 올림픽 때까지 단 한 개의 금메달을 따는데 그쳤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4년 뒤 런던올림픽에선 금메달 10개 중 7개를 휩쓸었다. 갑자기 실력이 향상된 비결은 뭘까. 사이클 코치는 풍동(風洞)실험을 통해 유체역학적으로 공기 저항을 줄이고 빠른 출발을 돕는 트레이닝 기법을 개발했다. 공학적인 분석을 통해 주행 중 바이크의 성능을 떨어뜨리는 요인도 규명했다. 중국 수영의 도약에는 우주공학 기술이 활용됐다. 수영장 물에 부식되지 않는 우주 촬영 장비를 바닥에 설치해 선수들의 비효율적인 영법(泳法)을 개선했다.
□ 케냐 마라톤 선수 엘리우드 킵초게(35)가 마의 2시간 벽을 깨뜨렸다. 마라톤 최적의 조건에서 치러진 이벤트 대회에서다. 레이스에 가장 적합한 평지에서 자전거를 탄 보조요원들이 함께 달리며 특수 음료를 공급했고, 5~7명씩 조를 이룬 페이스 메이커가 V자 대형으로 뛰면서 바람막이 역할을 했다. 특수 제작한 운동화 바닥에는 스펀지처럼 가늘고 뻣뻣한 탄소 섬유판이 박혀 있다. 이 섬유판이 스프링 역할을 해 착지 후 내딛는 힘을 높여준다. 이 운동화를 신은 선수는 1~1.5% 경사진 내리막길을 뛰는 것과 비슷하다는 분석이다.
□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미국 남자 수영선수 마이클 펠프스는 세계신기록을 7개나 세우며 8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8년 한 해에만 수영에서 108개의 세계신기록이 쏟아졌다. 수영 용품업체 스피도가 개발한 전신수영복 덕분이었다. 100% 폴리우레탄 재질의 전신수영복은 방수 기능이 뛰어나 물의 저항을 크게 줄이고 부력을 높이며 근육 피로를 덜어준다. 세계수영연맹은 이 수영복이 ‘기술 도핑’ 논란에 휩싸이자 2년 뒤 사용을 금지했다.
□ 달리기는 오직 자기 몸으로 인간 한계에 도전하는 정직한 운동이다. 에티오피아의 아베베 비킬라는 1960년 로마올림픽에서 42.195km를 맨발로 뛰어 우승했다. 이제 ‘맨발의 영웅’을 보기는 불가능하다. 첨단과학이 빠른 출발을 도와주고 효율적인 주법을 알려주며 고도의 집중력을 키워주기 때문이다. 현대 스포츠는 첨단과학의 혜택을 더 많이 받는 선수들에게 유리해지고 있다. 다국적기업 후원으로 2시간 벽을 깨뜨린 이번 이벤트에서도 확인된다. ‘더 빨리, 더 높이, 더 힘차게’라는 올림픽 정신이 갈수록 퇴색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고재학 논설위원 goind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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