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중도 지지층 이탈, 여권 부담
검찰개혁 완성 위해 사퇴 필요 판단
상식, 민심 이기는 정치 없다는 교훈
조국 법무부 장관이 자진사퇴를 발표한 뒤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택으로 귀가하기 위해 아파트 현관으로 들어서고 있다. 홍인기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이 14일 별건ㆍ장시간 수사 금지 등 추가 검찰개혁 방안을 발표한 뒤 전격 사퇴했다. 두 달 전 장관에 지명돼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지난달 9일 취임한 지 35일 만이다. 청와대 등 여권이 국정감사 이후 본격적인 출구를 찾을 것으로 점쳐졌으나 조 장관의 결단이 한발 빨랐다. 그는 사퇴 이유로 13일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검찰개혁 계획을 재확인한 점을 들었다. ‘불쏘시개’ 역할로 만족하고 자리에서 내려올 때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그의 기용 배경으로 ‘촛불개혁 핵심 과제 마무리’를 강조했던 것에 비춰보면 문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을 최저치로 끌어내린 민심 이반이 결정적 요인으로 분석된다.

조 장관은 사퇴 입장문에서 “가족 수사로 인해 국민들에게 송구했지만 장관으로서 단 며칠을 일하더라도 검찰개혁을 위한 소임을 다하고 사라지겠다는 각오로 하루하루를 감당해 왔다”며 “(당정청의 검찰개혁 계획 확인으로) 제가 자리에서 내려와야 개혁의 완성이 가능한 시간이 왔다”고 밝혔다. 자신과 가족의 논란으로 정치권이 극단적으로 대립하고 정부의 이중잣대에 실망한 중도 지지층의 이탈이 심각한 만큼, 자신의 ‘불쏘시개’ 역할을 끝내고 물러나야 문 대통령과 정부가 부담을 덜고 개혁 성과도 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가족 곁에 지금 함께 있어주지 못한다면 평생 후회할 것 같다”는 심경도 토로했다.

조 장관에 대한 신뢰와 기대가 컸던 만큼 그의 사퇴를 보는 문 대통령의 실망과 고심도 큰 것 같다. 문 대통령은 이날 수석ㆍ보좌관 회의에서 “그동안 우리 사회가 큰 진통을 겪은 사실만으로도 국민에게 송구한 마음”이라며 “그런 가운데서도 의미가 있었던 것은 검찰개혁과 공정의 가치, 언론 역할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조 장관의 뜨거운 의지와 어려움을 묵묵히 견디는 자세는 많은 국민들에게 검찰개혁의 절실함에 대한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검찰개혁의 큰 동력이 됐다”며 “오늘 조 장관이 발표한 개혁 방안과 국회 입법과제까지 이뤄지면 검찰개혁의 기본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그에 대한 신뢰를 놓지 않았다.

야당은 “사필귀정”이라고 반기면서 문 대통령의 사과와 국정 쇄신 요구로 공세를 이어갔다. 조 장관의 사퇴로 두 달 이상 나라를 분열과 갈등의 화약고로 만든 ‘조국 사태’가 큰 전환점을 맞았지만 향후 상황 관리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지층 결집에만 급급해 민심을 오판한 여권이 누구보다 큰 타격을 받았지만 자유한국당을 포함한 정치권 전체의 후진적 리더십이 도마에 오르고 대의민주주의 자체가 위협받은 것 역시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다. 이날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발표한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도는 35.3%로 한국당의 34.4%와 거의 차이가 없었다. 한때 한국당을 두 배 이상 앞섰던 민주당으로선 뼈아픈 일이지만 반사이익에 기댄 한국당 지지는 모래성에 다름 아니다. 청와대를 비롯한 정치권 모두 ‘상식과 민심을 이기는 정치는 없다’는 교훈을 얻기 바란다. 조 장관이 사퇴한 이상, 검찰도 이제 명운을 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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