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 시내 한 식품 매장의 육류코너 모습. 연합뉴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으로 사육돼지를 전량 살처분할 처지에 놓인 양돈농가들이 돼지고기 가격 하락에 한숨 짓고 있다. 현 규정상 돼지열병으로 인한 살처분 보상금은 당일 시세를 기준으로 결정되는데, 한때 급등했던 돼지고기 가격이 최근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이날 오후를 기준으로 제주를 제외한 전국 도매시장에서 돼지고기 1㎏은 3,084원에 거래됐다. 첫 돼지열병 확진 발표일(9월17일) 직전인 지난달 16일(㎏당 4,403원)과 비교하면 30%가량, 직후인 지난달 18일(㎏당 6,201원)에 비해선 절반가량 가격이 떨어진 것이다. 돼지열병으로 인해 돼지고기 소비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일시이동중지명령 해제로 공급은 단기간에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돼지고기 가격 폭락은 일반 양돈농가는 물론 돼지열병으로 살처분 결정이 내려진 양돈농가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현재 돼지열병으로 인한 살처분 보상금은 당일 시세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돼지고기 가격이 내려갈수록 살처분 농가가 손에 쥐는 돈도 비례해서 줄어들 수밖에 없다.

돼지고기 도매가격 추이/김경진기자

돼지고기 값이 급격히 하락하자 양돈농가들은 ‘살처분 보상금 하한선’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한한돈협회 관계자는 “2011년 구제역 파동 때 돼지고기 가격이 급등했을 때 정부는 살처분 보상금 상한선을 적용했다”면서 “상한선과 마찬가지로 하한선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실제 ‘살처분 가축 등에 대한 보상금 등 지급요령’에 따르면 보상금 평가액 상한선은 가축종류, 연령, 무게 등에 따라 구체적인 기준이 명시돼 있지만, 하한선은 별도로 마련돼있지 않다.

보상금이 살처분 당일 시세에 따라 결정되면서 형평성 논란도 일고 있다. 현행 규정대로라면 같은 날 정부가 살처분 결정을 내린 농장이라도 지난 4일에 살처분을 했다면 1㎏당 3,509원을 보상 받을 수 있지만, 1주일 후인 지난 11일에 진행했다면 3,017원밖에 받지 못한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는 살처분 기간 가격 등락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초 발생 시점의) 전월 평균으로 보상금을 산정한다”며 “돼지열병은 지난달 처음 발생해 관련 규정이 없는데, 이 부분에 대해 여러 가지 고민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돈협회는 이날부터 정부의 돼지 살처분에 반발하는 청와대 앞 1인시위에 돌입했다. 첫 번째 주자로 나선 하태식 한돈협회장은 “야생 멧돼지에서 돼지열병 바이러스가 잇따라 검출된 만큼 정부의 '집돼지 몰살정책'으로는 질병을 막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세종=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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