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잘스 콰르텟. 왼쪽부터 조너선 브라운(비올리스트), 아벨 토마스(바이올린), 베라 마르티네즈 메너(바이올린), 아르나우 토마스(첼로). LG아트센터 제공

독일의 문학가이자 정치가인 괴테(1749~1832)는 현악사중주를 이렇게 정의했다. ‘네 명의 현자(賢者)들이 나누는 진중한 대화.’ 그도 그럴 것이, 현악사중주 곡은 현명한 연주자의 균형 감각이 동원 돼야만 완성될 수 있고, 4개의 악기가 어떤 치우침도 없이 대화를 하듯 주도권을 주고 받아야 한다.

카잘스 콰르텟은 현악사중주 곡이 담은 ‘민주성’의 미학을 최우선에 둬 선율의 완전한 조화를 구현하는 현악사중주단으로 정평이 나 있다. 1997년 스페인 마드리드의 소피아 왕립음악원을 기반으로 창단된 카잘스 콰르텟은 파벨 하스 콰르텟, 에벤 콰르텟, 벨체아 콰르텟과 함께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현악사중주단이다. 바이올리니스트 베라 마르티네즈 메너와 아벨 토마스, 비올리스트 조너선 브라운, 첼리스트 아르나우 토마스로 구성돼 있는데, 각 연주자는 음악적, 일상적으로 평등한 관계를 추구한다. 22일 서울 LG아트센터 공연에 앞서 이메일로 만난 조너선은 “현악사중주는 계몽주의 가치인 평등, 평화, 자유를 완벽하게 구현한 장르”라며 “현악사중주가 계몽시대에 태어난 것은 우연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카잘스 콰르텟의 비올리스트 조너선 브라운은 "현악사중주단은 가족과 같다"고 표현했다. 왼쪽부터 아벨 토마스, 베라 마르티네즈 메너, 조너선, 아르나우 토마스. LG아트센터 제공

카잘스 콰르텟의 제1 철학이 무엇이냐고 묻자 조너선은 이렇게 대답했다. “우리에겐 리더가 없습니다. 번갈아 가며 리허설을 리드해서 모든 멤버가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을 시도해보죠. 곡 해석에 고정불변의 원칙은 없기에 각각 악보에서 발견한 점을 살려 여러 시도를 해봅니다. 무대에선 이러한 시도들의 균형점을 찾아 적용하는 거지요.” 카잘스 콰르텟은 작곡가나 작품 별로 제 1바이올린 역할을 달리하고, 심지어는 리허설 중 각 연주자의 연습량을 동등하게 맞추기도 한다.

카잘스 콰르텟의 연주는 상당히 고전적인 면모를 지녔다. 고전주의 곡이 지향하는 바처럼 ‘풍성한 울림, 군더더기 없는 텍스처’(영국 클래식 전문잡지 그라모폰)가 이들의 장기로 꼽힌다. 특히 2008년 영국의 보를레티 뷔토니 상을 수상하면서 고전주의 시대 활을 구입한 후 이들의 색채는 더욱 뚜렷해졌다. 음악 양식에 따라 활을 바꿔가며 연주하는 덕이다. 조너선은 “하이든, 모차르트와 초기 베토벤을 연주할 때 고전주의 시대 활을 사용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현대 활보다 형태가 곡선적이고 활 털도 적으며 몸체와 조리개를 만드는 재료도 조금 다르다”며 “그래서 음이 남아 있는 시간이 짧아지고 활을 아래로 당길 때의 무거움과 위로 올릴 때의 가벼움 사이에 큰 차이가 생기면서 뚜렷한 선율을 만들어낸다”고 설명했다. 또 “마치 브러시로 색칠하기 보단 질 좋은 연필로 그리는 것이라 표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카잘스 콰르텟은 "다양한 영감의 원천이 있지만, 우리 모두의 공통 원천은 아이들"이라고 했다. LG아트센터 제공

카잘스 콰르텟은 이번 내한공연에서도 하이든, 베토벤, 모차르트 등 다양한 작곡가들의 곡을 다룬다. 무엇보다 베토벤 해석은 상당히 신선할 것으로 기대된다. 통상 ‘초기 중기 후기’로 나뉘던 베토벤 현악사중주곡 분류를 2017년부터 창조(Inventions) 발현(Revelations) 이상(Apotheosis)이라는 주제 별로 나눠 새롭게 접근하고 있어서다. 조너선은 “서로 화답하는 듯하다가도 각자의 개성을 드러내는,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살았던 천재 작곡가 3명의 훌륭한 음악적 대화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잘스 콰르텟은 LG아트센터 외에도 18일 경남 통영음악당, 20일 대전문화예술의전당, 23일 울산문화예술회관에서도 공연한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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