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완다 교육부의 ‘교육통계연보(2016)’에 따르면 초ㆍ중등학교에서 여학생이 차지하고 있는 비율은 50.1%로 꽤나 높은 편이다. 다만, 여자아이들이 생리를 시작하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생리를 하는 기간에 학교 결석 비율이 크게 높아진다. 르완다 정부는 이를 막기 위해 학교를 기반으로 한 위생관리 사업을 하고 있지만, 적은 예산 때문에 문제 해결을 위한 직접적 개입이 어려운 상황이다. ©게티이미지뱅크

12살 크리스틴은 3일째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서 생활 중이다. 생리 중이기 때문이다. 학교에 가서 공부하고 싶지만, 학교 화장실은 남자아이들과 공동으로 사용해야 해서 생리 기간에 사용하기 부끄럽다. 어렸을 때부터 생리혈은 불결하다고 배웠다. 그래서 생리 기간에는 집 밖을 나서지 않게 된다. 집에서는 낡은 천으로 해결한다. 가난한 형편에 제대로 된 생리대를 사용할 수 없어서다.

10살 케자는 학교에 도착해 손거울로 자신의 얼굴을 보고 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부터 많아진 뾰루지와 쿡쿡 찌르는 복통에 인상이 찌푸려진다. 수업이 시작되고, 의욕 넘치는 케자가 칠판에 있는 문제를 풀기 위해 앞으로 나서자 아이들이 케자의 치마 뒤에 묻은 생리혈을 가리키며 웃기 시작했다. 당황한 케자는 부끄러움에 도망치듯 교실을 빠져나왔지만, 마땅히 해결할 방법을 몰라 집으로 돌아갔다.

크리스틴과 케자의 이야기는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이야기이다. 르완다 교육부의 ‘교육통계연보(2016)’에 따르면 초ㆍ중등학교에서 여학생이 차지하고 있는 비율은 50.1%로 꽤나 높은 편이다. 다만, 여자아이들이 생리를 시작하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생리를 하는 기간에 학교 결석 비율이 크게 높아진다. 르완다 정부는 이를 막기 위해 학교를 기반으로 한 위생관리 사업을 하고 있지만, 적은 예산 때문에 문제 해결을 위한 직접적 개입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필자가 몸담고 있는 국제구호개발 NGO 굿네이버스 르완다는 2018년부터 ‘걸스 룸(Girl’s Room)’을 만들어 여아들의 교육받을 권리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곳에서 여아들은 생리 기간에 청결하고 안전한 공간에서 위생관리를 할 수 있고, 생리대나 진통제, 비누 등의 위생관리용품을 지원받을 수 있다. 아이들이 쉴 수 있도록 매트리스 등을 설치해 쉴 수 있는 공간도 함께 마련했다. 현재 르완다 6개 학교에 ‘걸스 룸’이 설치되었고, 덕분에 2,000여명의 여학생들이 생리 기간에도 불편함 없이 학교에 나와 공부할 수 있게 되었다.

더 나아가 생리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돕기 위해 각 학교에 ‘굿 시스터즈 클럽’을 구성하고 여자아이들 스스로가 본인들이 가지고 있는 권리를 알고 옹호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 활동을 통해서 여자아이들이 스스로 지역사회에서 본인들의 권리에 대해 알리고, 다른 학교 친구들에게 생리 기간에도 학교를 나와야 한다고 설득하고 있다. 또, 클럽에 속한 여아들은 재사용이 가능한 위생적인 천 생리대를 만드는 법도 배워 생리 기간을 위생적으로 보낼 수 있는 방법을 배우기도 한다.

매년 10월 11일은 UN이 지정한 ‘세계 여자아이의 날’이다. 전 세계 여자아이들이 차별 없이 공부하고, 평등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모두가 응원해야 하는 날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르완다와 같은 아프리카 어느 곳에서는 생리 기간이라 학교에 갈 수 없는 아이들이 있다.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자신의 신체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르는 채로 수많은 궁금증을 갖고 집에 있는 아이들이 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세계 여자아이의 날’을 맞아 아프리카 여자아이들이 생리 기간에도 즐겁게 학교에서 공부하고, 여자아이라서 겪게 되는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도록 응원하고 힘을 보태주었으면 한다.

전효원 굿네이버스 르완다 PO(프로젝트 오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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