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중순 새벽 최창학 한국국토정보공사 사장이 탑승한 관용차가 본사 현관에 도착한 직후 운전기사(맨 오른쪽)와 비서실장이 최 사장을 수행하고 있다. 최수학 기자

최창학(61) 한국국토정보공사(LX) 사장이 업무와 무관한 사적인 일에 이른 새벽부터 운전기사에게 관용차 운행까지 지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상사 갑질’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최 사장은 비서실장도 수족처럼 부리는 등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위반 지적도 받고 있다.

13일 한국국토정보공사와 직원들에 따르면 최 사장은 지난해 7월 24일 취임 직후부터 지난 9월말까지 15개월 동안 새벽에 본사 헬스장을 다니기 위해 업무용 관용차량을 운행시켰다. 최 사장은 서울 등 국내 장거리 지역이나 해외 출장이 없는 날이면 새벽마다 헬스장에 개인 운동을 가면서 관용차를 사용했다.

최 사장이 전북 전주시 효자동 관사에서 헬스장 왕복에 관용차를 운행한 건 월 평균 7일 가량으로, 지금까지 총 100차례 이상 이용했다. 이 과정에서 운전기사는 새벽시간마다 수시로 호출됐고 최 사장은 이런 행태를 15개월 동안이나 반복했다.

관리 규정도 무시됐다. 최 사장을 모시기 위해 운전기사는 본사 차고지가 아닌 서신동에 소재한 자신의 아파트 주차장에 관용차를 주차했다. 이른 새벽에 관사에 들러 최 사장을 모시고 오전 6시30분까지 헬스장에 도착해야 했기 때문이다. 1시간 가량의 운동을 마친 최 사장은 계단을 통해 7층 사장실로 이동했다. 계단 벽면엔 운동 효과와 격언 및 속담 등이 적힌 게시판이 지난 4월에 2,000만원을 들여 각 층마다 설치됐다.

최창학 사장이 지난해 12월 중순 새벽에 나와 운동을 하고 있는 본사 2층 헬스장. 이 시간에 운동하는 직원은 최 사장을 포함에 3, 4명 정도였고 직원들은 최 사장에게 인사를 한 뒤 운동을 시작했다. 최수학 기자

한 LX 직원은 “최 사장이 운전기사를 마치 개인 비서처럼 부리고 관용차는 자가용처럼 무분별하게 사용했다”며 “운전기사는 겨울 한파에도 오전 5시30분쯤 기상해 사장을 헬스장으로 모시며 속앓이를 많이 했다”고 폭로했다. 또 “비서실장은 헬스장 앞에 대기해있다 사장 관용차가 도착하면 문을 열어주며 헬스장까지 영접했고 사장실 여비서도 운동 마치는 오전 8시 이전까지 출근해야 했다”고 털어놨다.

주말과 야간에도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주장 또한 제기됐다. 또 다른 LX 직원은 “금요일 서울회의를 피하라는 정부 지시에도 임원진 회의를 서울에서 열고 그때마다 기사들이 상경한 뒤 업무가 끝나면 서울 자택까지 임원들을 데려다 주고 밤늦게 전주로 내려오기도 하면서 사실상 사장과 임원들이 금요일 회의를 핑계로 서울로 귀가한 것”이라며 “불합리했지만 기사들은 불이익을 당할까 한마디 말도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LX 홍보처 직원은 “운전기사 동의를 얻어 24시간 근무가 가능한 ‘감시직ㆍ단속직근로자’로 전환된 상태여서 새벽과 주말, 야간 등 근로행태에는 문제가 없고 상사 갑질도 아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사실 확인 결과 운전기사 동의서는 지난해 12월 12일에 작성됐고 운전기사들은 LX측으로부터 ‘감시직ㆍ단속직근로자’에 대한 설명도 제대로 듣지 못한 채 동의서에 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주=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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