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절의 얼굴은 자연의 선물이고, 중년 이후의 얼굴은 당신이 만들어 낸 공적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중년과 노년을 구별하는 대표적 증상이 있다. 어느 순간 책이나 신문의 작은 활자가 보이지 않게 된다. 그 순간 인생의 정점을 지났다는 충격에 빠진다. 컴퓨터를 보거나 책을 읽을 때 눈이 너무 피로하다. 이제는 눈을 찡그리는 것만으로 부족하다. 나 같은 안경쟁이가 읽기 위해 안경을 수시로 들었다 놓았다를 반복하는 모습은 일상이다.

노화는 공평하게도 모두에게 찾아온다. 세속의 영화와 관계 없이 함께 늙는다는 것은 뭐 하나 내세울 것 없는 이들에게는 새삼스런 위안이다. 느릿하게 흐르는 마음의 시간과는 달리 내 얼굴과 신체는 정직하게 늙어간다. 이젠 나도 돋보기안경을 걸쳐 쓴 할아버지가 되어 버렸다. 머리 희끗한 노인이 따뜻한 햇볕이 드는 거실의 흔들의자에 앉아 돋보기 안경을 코끝에 걸쳐쓰고 독서하는 영화장면은 이제 영락없는 내 모습이다. 나와는 전혀 관계없을 법한 장면의 주인공이 될 줄 몰랐다. 세상을 두 배로 보는 즐거움이 있지만, 우울함도 두 배로 커진다.

연구결과에 의하면, 사람이 가장 아름답고 매력적으로 보이는 경우는 젊고 어려 보이는 얼굴을 갖고 있을 때가 아니라 자신감에 넘치는 당당한 태도를 보일 때라고 한다. 미국 여배우 줄리아 로버츠는 최근 “내 주름 말고 내 얼굴을 봐주세요. 나도 주름이 있다는 것을 알아요. 하지만 나는 있는 그대로의 내 자신이 받아들여지길 원하며, 당신도 역시 스스로 자신을 받아들였으면 좋겠습니다”라며 자신의 민낯 사진을 SNS에 올렸다. 그 바탕에는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당당하게 표현할 줄 아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

사람의 얼굴은 어떤 삶을 살았는가에 따라 점차 변한다. 못생겼지만 귀엽고 신뢰가 가는 얼굴이 있는가 하면, 깎아놓은 조각처럼 잘 생겼지만 야비함이 숨어 있는 얼굴도 있다. 마흔 이후에 고등학교 동창회에 나가보면, 학창시절 늘씬한 키와 외모로 주위 사람들의 시샘과 부러움을 한 몸에 받던 친구의 얼굴이 초췌하고 생기 없는 모습으로 변해 있어 “세월 앞에선 장사가 없구나”하며 실망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가 하면 학생 때는 왜소하고 평범해서 눈에도 띄지 않던 친구들이 품위 있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당당하게 등장해 보는 이들을 놀라게 만들기도 한다.

중년 이후의 아름다움은 어떤 삶을 살았는가로 결정된다. 젊은 시절의 얼굴은 자연의 선물이고, 중년 이후의 얼굴은 당신이 만들어 낸 공적이다. 중년이 되면 아름다움의 기준이 달라진다. 중년이 되기 전까지는 예쁜 얼굴, 균형 잡힌 몸매, 유행에 걸맞은 패션 등의 통속적 아름다움이 미의 기준이 된다. 그런데 중년이 되면 각자 쌓아 온 인생의 결이 다른 만큼 서로 다른 스타일의 아름다움과 매력을 뽐내게 된다. 그리고 그 스타일은 얼마나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살았는가로 판가름 난다. 그런 사람은 남들이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휘둘리지 않을 만큼 자신감이 생기게 되고, 그 당당함이 묘한 매력을 발산하게 되는 것이다.

얼굴이란 안의 것이 밖으로 뛰쳐나와 만들어지는 것이다. 얼굴은 표정을 담는 그릇이고, 표정은 감정을 비추는 거울이다. 좋은 생각을 많이 하고 많이 웃으면 얼굴 또한 주인을 따라간다. 젊을 때의 아름다움을 당신이 만든 것이라고 주장할 수 없다. 그러나 당신이 늙어서도 여전히 아름답다면, 그것은 당신의 영혼이 만들어 낸 아름다움이다. ‘저 사람 괜찮다’는 평판은 꾸준히 걸어온 발자국의 결과다. 걸어온 대로 보이고, 남긴 발자국대로 읽힌다.

세상을 살며 자신을 사랑하며 자신을 아름답게 조각해 나가는 것보다 더 큰 일은 없다. 우리 자신이야말로 가장 크고 원대한 평생의 도전이다. 자신을 아름다운 작품으로 만들어 가라. 우리가 늙어서도 아름답다면, 그것은 영혼이 조각해 낸 아름다움이다. 거울을 들여다보라. 그리고 바라보는 얼굴에 말하라. 이제는 그 얼굴이 다른 얼굴을 만들 때라고.

윤경 더리드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