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수면 7시간 바람직, 5.5~6시간도 괜찮아
윤인영 분당서울대병원 수면센터 교수 인터뷰
인생의 3분의 1 정도를 잠으로 보낸다. 잠은 낮에 쌓인 피로를 회복하는 중요한 과정인데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하면 활력이 떨어지고 면역기능이 약해진다. 수면이 만성적으로 부족해지면 우울증, 심혈관질환, 인지기능저하 같은 병이 생길 수 있다.
‘수면 전문의’ 윤인영 분당서울대병원 수면센터(정신건강의학과) 교수를 만났다. 윤 교수는 “보통 7시간 정도 자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선천적으로 수면시간이 짧아 5.5~6시간을 자도 낮에 피곤하지 않고 생활에 지장이 없다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그는 “불면 증상이 한 달 이상 지속된다면 전문의를 찾아 수면제 등을 처방 받는 등 조치를 취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수면질환으로는 어떤 게 있나.
“우선 ‘수면질환의 대명사’인 불면증은 가장 흔하고 복합적인 병이다. 불면증은 면역기능저하·인지감퇴·일상생활장애를 초래하며, 우울증·심혈관계질환·인지장애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코를 골고 자다가 몇 초에서 몇 분 동안 호흡을 멈추는 수면무호흡증도 있다. 고령인구가 늘면서 렘(REM)수면행동장애가 중요해지고 있다. 이 병은 잠자는 동안 싸우고 도망가는 악몽을 꾸면서 소리지르고, 팔다리를 움직이고, 심하면 벽을 치고, 침대에서 뛰어내리는 난폭한 행동을 한다. 뇌퇴행성 질환의 일종으로 상당수가 파킨슨병, 치매로 이어진다. 자기 전에 다리 이상감각이나 아픈 하지불안증후군도 수면 질을 떨어뜨린다. 하지불안증후군을 치료하려면 적절한 운동이 도움되며, 카페인 과다 섭취나 음주는 피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낮에 졸리는 기면증(嗜眠症)도 일상생활에 심각한 장애를 초래한다. 불면증은 병으로 여기지만 낮에 졸리는 증상은 대수롭지 않게 여겨 좀처럼 의사 도움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자동차를 운전하거나, 회의나 시험 도중에 졸음이 자주 온다면 반드시 진료를 받아야 한다. 낮 졸림이나 기면증은 주의력·집중력·기억력을 떨어뜨린다. 청소년기에는 성적·친구관계·자존감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수면 장애를 일으키는 요인은.
“스트레스, 비만, 고령화 등을 꼽을 수 있다. 수면문제로 병원을 찾는 이가 느는 것이 스트레스를 많이 쌓이게 하고, 비만해지고 고령인구가 증가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과 무관하지 않다. 잠을 못 자거나 너무 많이 자는 수면문제는 결국 심혈관계질환·치매·파킨슨병 같은 퇴행성 질환, 우울증, 졸음 운전의 원인이 된다.
수면질환 가운데 불면증은 스트레스·우울증 등 정신질환, 통증·물질남용·금단, 신체 질환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불면증은 오래 지속되면 정신적인 문제까지 일으킬 수 있기에 정상적인 수면시간과 리듬을 빨리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증상이 생기면 바로 수면제를 먹기 보단 원인을 찾아야 한다.
수면무호흡증은 비만이 가장 큰 위험요인이지만 고령, 남성, 알코올이나 약물 사용, 안면의 해부학적 특징과도 관련 있다. 하지불안증후군은 철분 부족이 원인일 수 있어 철분검사를 받아야 한다. 기면증은 청소년기에, 렘수면행동장애는 노년기에 주로 발병한다. 수면문제는 전문 치료가 필요한 병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다행히 수면질환의 적절한 진단ㆍ치료법이 밝혀져 있다.”
-심한 코골이로 수면무호흡증이 생긴 사람이 많은데.
“잠잘 때 숨이 멎는 수면무호흡증은 코골이, 수면 중 빈번한 각성, 낮 졸림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치료하지 않으면 기억력·집중력 저하, 동맥경화, 고혈압, 뇌졸중 등 합병증이 나타나므로 간과해서는 안 된다. 최근 고령인의 수면무호흡증이 치매와 관련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잠자다 호흡이 멎으면 수면무호흡증일 가능성이 있지만 정확히 진단하려면 하룻밤을 자면서 수면다원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간단한 치료법으로 옆으로 자는 것을 추천한다. 몸무게를 줄이면 호전될 수 있으며, 적극적인 치료법으로 양압기, 수술, 구강 내 장치 등이 있다. 수면 중 코를 통해 공기를 기도 속으로 밀어 넣는 양압기는 다소 불편하지만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이다. 수술은 뚜렷한 효과가 기대되는 환자에게만 제한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환절기가 되면 수면 부족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은데.
“건강보험공단 조사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봄·여름보다 겨울 전후 환절기인 10월과 3월에 수면장애질환으로 진료를 받는 사람이 급증했다. 실제로 가을에서 겨울로 접어들며 불면증이 악화되는 경향이 있다. 추워지는 날씨나 일교차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라 추운 날씨로 인한 운동부족, 짧은 일조시간이 수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즉 날씨가 추워져 운동량이 줄면 결국 숙면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밤이 길어지면서 일찍 잠자리에 들고 늦게 일어나 불면증이 악화된다. 보통 6.5~7시간 이상 잠자리에 누워 있으면 오히려 잠들기 어렵고 수면 질도 떨어진다.”
-숙면을 취하려면.
“가을과 겨울로 접어들어 날씨가 추워지더라도 움츠리지 말고 적절히 움직이고 운동하는 것이 좋다. 해가 일찍 지고 늦게 뜬다고 해서 잠자리에서 오래 있으면 수면을 방해할 수 있다. 수면시간이나 리듬을 사계절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잠자리에서 잠자는 것 외에 독서, TV 시청, 스마트폰 사용 등을 삼가야 한다. 카페인에 민감하다면 커피는 아침에만 마시고 술을 마시면 새벽에 일찍 깬다는 사실도 알고 있어야 한다. 낮에 갑자기 졸리는 기면증은 전문의에게 진료해 약물치료를 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하다. 이와 함께 적절히 잠을 자고 낮에는 조금씩 낮잠을 자는 것도 바람직하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불면증, 어떻게 극복하나]
①정해진 시간에 잠자리에서 일어나고 일찍 잠을 자자.
불규칙한 수면습관은 생체시계를 혼란스럽게 해 수면체계를 흔든다. 숙면하려면 규칙적인 수면습관을 가져야 한다.
②낮에 충분한 햇빛을 온몸에 가득 받자.
낮에 충분히 햇빛을 받으면 밤에 많은 양의 멜라토닌이 분비돼 쉽게 잠들 수 있다. 당장 하루 1시간 이상 산책하자. 오후 3시 이전에 햇빛을 받으며 산책하면 우울함도 사라진다.
③야간 운동은 절대 하지 않는다.
저녁이나 밤늦게 운동하면 잠드는 시간을 늦추므로 잠자기 5~6시간 전에 운동을 마쳐야 한다. 운동하면 혈압·맥박이 올라가고 각성 호르몬(코티솔)이 분비된다.
④무리하게 자려고 노력하지 말라.
침대 가까이에 시계를 두지 말고 잠을 자자. 시계를 보면 마음만 초조해질 뿐이다. 누워서 10분이 지났는데도 잠이 안 오면 소파나 의자에 앉아 책이나 TV를 보다가 졸리면 다시 눕는다.
⑤자기 전에 미리 생각을 정리하자.
생각이나 걱정이 많으면 각성 호르몬(코티솔)을 자극해 잠자기 어렵다. 하루 종일 온갖 사소한 걱정을 하면 잠자기는 더 어렵게 된다.
⑥잠이 오기 쉬운 몸을 만들자.
체온이 내려가면 숙면을 취할 수 있다. 잠자기 2시간 전에 미지근한 물로 반신욕 등을 하면 숙면하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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