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생활 큰 아들 새집으로… 골동품 가득 찬 창고는 보존
지난 7월 불로 잿더미가 된 다큐멘터리 워낭소리 촬영지에 이동식 주택이 들어섰다.
워낭 소리 주인공인 고 최원균 할아버지의 큰아들 영두(64)씨는 화재 이후 창고에서 우물물을 길어 생활하는(8월27일 14면) 어려움도 덜게 됐다.
최씨는 “아직 화재 충격이 아직도 가시지 않는다”며 “이제라도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안도했다.
11일 경북 봉화군 상운면 하눌리 워낭소리 촬영지에 이동식 주택 2개가 설치됐다. 최씨가 지난 8월 한 건축박람회에 갔다가 구입한 것이다. 크기는 각각 가로세로 7ㆍ3m, 6ㆍ3m. 이날 인부 2명은 오전 6시부터 5톤 트럭 2대에 주택을 싣고 최씨의 대문을 두드렸다. 최씨는 이동식 주택을 옮길 크레인도 1대 불렀다.
하지만 진입로와 대문이 걸림돌이었다. 진입로는 폭이 3m가량, 최씨의 대문까지는 대로변에서 굽은 오르막을 200m 가량 올라와야 했다. 먼저 진입을 시도한 크레인 기사는 “못 들어가겠다”라며 급기야 현장을 떠났다. 뒤이어 트럭으로 진입을 시도한 인부는 “대문이 좁아 들어갈 수 없다”며 왔던 길을 그대로 후진하는 등 진땀을 뺐다. 최씨는 급히 다른 크레인을 부르고 인부들은 대문의 기둥을 철거하는 등 진입로를 열기 시작했다. 크레인이 먼저 진입한 뒤 6ㆍ3m 크기 주택이 먼저 설치됐다. 뒤이어 진입한 7ㆍ3m 크기 주택을 실은 트럭은 대문을 통과하는 데만 30분 넘게 걸렸다.
주택을 내려놓고도 벽돌과 철판 등으로 모서리를 괴어두는 등 후처리까지 소요시간은 8시간가까이. 꼭두새벽부터 충남 천안에서 이곳까지 주택을 싣고 온 인부들에게 최씨는 “고생하셨습니다”라는 말을 연거푸 내뱉었다. 주택이 설치됨에 따라 최씨는 조만간 배관과 전기 등 설비도 추가로 설치할 예정이다.
생활용품 등을 새집으로 옮기고 비 가림막도 설치하는 등 터전을 일궈나가는 게 최씨의 몫으로 남았다. 최씨는 “새집 앞쪽으로 데크를 설치하는 등 모양을 갖춘 뒤 골동품과 미술도구 등을 전시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씨는 불에 탄 골동품 창고를 치우지 않고 보존할 방침이다. 최씨는 “불에 타버렸지만 값을 매길 수 없는 골동품이 가득하다”며 “지붕을 새로 씌우고 도색을 하는 등 있는 당분간은 있는 그대로 보존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수현기자 suhyeonry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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