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송라이터는 고된 직업이다. 지극히 사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곡을 만들고, 이름도 모르는 대중 앞에 선보이기 때문이다. 유혹에도 쉽게 휩싸인다. 지질한 기억을 미화하거나, 아예 거짓으로 포장할 수도 있다. 잊었던 기억을 억지로 환기시켜야 하는 고통도 수반된다. 상업적 성공도 쉽게 장담할 수 없다. 개인적인 이야기로 많은 사람의 공감을 끌어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헤이즈는 성공한 싱어송라이터다. 2017년 발표한 미니앨범 3집 타이틀 ‘비도 오고 그래서’를 비롯한 노래 대부분이 지금껏 음원 차트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모두 자신이 겪었던 사랑과 이별을 담아낸 것들이었다. 13일 발표된 다섯 번째 미니앨범 ‘만추’도 그렇다.
동명의 타이틀곡은 최근 헤이즈의 이별 이야기다. 불과 한 달도 되지 않았다. 몇 년간 만났던 연인에게 다른 사람이 생겼는데, 그 이유를 소홀했던 자신에게 돌리는 내용이다. 계속 울음이 터지는 바람에, 후렴은 가이드 녹음(예행연습처럼 한 녹음)을 그대로 가져다 썼을 정도로 힘들어했다. 헤이즈는 11일 서울 연남동의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나 “노래가 솔직할수록 가사가 자세해지고, 그만큼 애착도 커진다”며 “가사에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 두 마디 ‘추워지기 전 잘 됐어’와 ‘차가웠던 내 마지막 모습만 기억해’가 가제였는데, 너무 긴 거 같아 ‘만추’로 제목을 확정했다”고 말했다.
헤이즈의 많은 곡은 날씨와 연관이 깊다. 미니앨범 4집 이름도 ‘바람’이었을 정도다. 그만큼 헤이즈는 자연에서 노래 영감을 많이 받는다. 이번 앨범도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떠오른 생각이 시작점이었다. 헤이즈는 “평소 먹구름이나 비, 별 등 자연에서 영감을 많이 받는다”며 “가을은 흔히 쓸쓸하고 외로운 계절이라고들 하는데, 앨범을 들으며 힘든 일을 겪고 있으나 더 많은 단계를 위한 준비 과정이라고 생각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자연스레 모든 것을 쏟아 부은 앨범이라, 여한이 없었던 ‘바람’ 다음으로 떳떳하고 사랑스럽다”고 덧붙였다.
벌써부터 다음 앨범도 구상하고 있다. 그간 불렀던 사랑과 이별 노래에 대한 뒷이야기가 주제다. 리메이크 앨범도 생각하고 있다. 싱어송라이터답게 일상 속 모든 것을 메모하는 습관도 가지고 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지내고 있다는 방증이다. 헤이즈는 “삶의 변화가 없이 일만 하다 보니, 이러다 ‘영감이 없어지는 날이 오면 어떻게 하나’라고 생각한 적도 있다”고 했다. 그는 “단독 콘서트를 정말 하고 싶은데, 아직 회사에서 확답을 주지 않았다”며 미소 짓기도 했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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