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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별장 온 적 있다” 애매한 진술… 증거 없어 수사권고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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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별장 온 적 있다” 애매한 진술… 증거 없어 수사권고 제외

입력
2019.10.12 04:4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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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중천, 진술에도 단서 발견 못해… 과거사위 최종 보고서에 포함 안해 

검찰과거사위원회에서 활동한 김용민 변호사가 지난 5월29일 정부 과천종합청사 법무부에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 심의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검찰과거사위원회에서 활동한 김용민 변호사가 지난 5월29일 정부 과천종합청사 법무부에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 심의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검찰권 남용 의혹 사건을 재조사한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는 활동시한 마감을 사흘 앞둔 지난 5월29일 예상 밖 초강수를 던졌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스폰서였던 건설업자 윤중천씨와 유착된 ‘제 2,3의 김학의’로 한상대 전 검찰총장 등 전직 검찰 고위간부 3명을 지목하며 검찰 수사를 의뢰한 것이다. 하지만 ‘윤중천 리스트’에 포함됐다는 설이 파다했던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은 수사권고 대상에서 제외됐다. 법조계와 학계, 언론계 인사로 구성된 과거사위원들이 성역없는 수사를 촉구하면서도 당시 검찰의 사실상 실력자를 뺀 이유는 뭘까.

11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해보면 과거사위의 조사 실무기구인 대검찰청 진상조사단 중 김학의 사건 재조사를 맡은 조사 8팀 소속 검사와 변호사 등은 본격적인 활동을 개시하기 전 윤중천씨를 세 차례 면담했다. 이 과정에서 윤씨는 법조계 인사 등 주요 인맥을 묻는 질문에 전직 경찰청장 등의 이름을 거론하다 ‘윤석열을 알고 있고, 별장에 온 적이 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전 차관 등을 대상으로 한 성접대가 이뤄졌다는 의혹을 받는 윤씨의 원주 별장에 윤 총장이 방문했다고 밝힌 것이다.

그러나 윤씨의 애매한 진술 외에는 이렇다 할 단서를 찾을 수 없었다. 조사단 한 관계자는 “당시 윤씨 진술 등을 토대로 확보한 20~30명의 ‘윤중천 리스트’에 윤 총장 이름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면서도 “1,2차 검찰 수사 자료와 별장에서 발견된 법조계 관계자 명함 명부, 윤씨 차명 휴대전화 전화번호부, 다이어리 메모 등에는 윤 총장 이름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조사단은 과거사위에 보고한 1,000쪽 분량의 최종보고서에 윤석열 총장 이름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저작권 한국일보]윤석열 총장의 별장 접대 의혹/ 강준구 기자/2019-10-11(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윤석열 총장의 별장 접대 의혹/ 강준구 기자/2019-10-11(한국일보)

반면 과거사위가 수사 권고했던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 박충근 전 춘천지검 차장검사는 구체적인 증거가 확보한 상태였다. 한 전 총장은 윤씨가 수천 만원의 금품을 전달했다는 취지의 진술이 있었고, 윤 전 고검장은 윤씨와 만나 식사를 하거나 원주 별장에 간 적이 있다는 정황을 확인한 것이다. 과거사위 관계자는 “세 명에 대해서는 뇌물 전달, 향응 제공, 변호사법 위반 등의 구체적인 진술이 나왔고 운전기사의 진술 등 정황증거까지 있었기 때문에 검찰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하지만 윤 총장은 구체적으로 나온 게 없었다”고 말했다.

더구나 조사단 초기 조사 내용은 검찰 수사 단계에서 번복되는 과정을 거쳤다. 과거사위 권고에 따라 세 번째 ‘김학의 수사단’을 이끈 여환섭 대구지검장은 “조사단이 최종보고서 외에 별도로 작성한 면담 기록에 윤석열 총장에 관한 진술이 있어 윤씨를 조사했는데, 윤 총장을 모를뿐더러 조사단 면담에서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고 밝혔다. 적어도 한겨레21이 지적한 검찰이 제식구 감싸기 차원에서 의혹을 덮은 것은 아니라는 반박이다.

법조계에서는 진상조사단 활동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한번 불거진 사건이라는 시각도 있다. 과거사위 산하 조직이지만 기록검토를 위해 대검에 설치된 진상조사단은 교수와 변호사, 검사로 구성돼 개별 사건들에 대한 실무조사를 담당했다. 하지만 장자연 사건의 핵심 증인으로 입국시킨 윤지오씨가 발언의 신빙성 논란을 일으키고, 진상 규명이 어렵다는 과거사위 결정에 일부 조사단원들이 공개 반발하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조사단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일부 조사단원 사이에선 김학의 사건도 과거사위나 검찰이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막았다는 불만이 적지 않았다”며 “진술의 신빙성이나 구체성이 떨어져 논의조차 되지 않았던 사안이 현 시점에서 다시 제기된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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