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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유혈 분쟁’ 끝낸 40대 총리, 100번째 노벨평화상 영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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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유혈 분쟁’ 끝낸 40대 총리, 100번째 노벨평화상 영예

입력
2019.10.11 18:59
수정
2019.10.11 21:05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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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 아머드 에티오피아 총리, 지난해 이웃 에리트레아와 화해

2019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아비 아머드 알리(43) 에티오피아 총리.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2019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아비 아머드 알리(43) 에티오피아 총리.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에티오피아의 아비 아머드 알리(43) 총리가 역대 ‘100번째’ 노벨평화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11일(현지시간) 노벨위원회는 수십 년 간 지속된 인접국 에리트레아와의 유혈 국경 분쟁을 끝내고, 종전선언을 이끌어내는 데 기여한 아비 총리를 2019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노벨위원회는 수상 배경으로 “평화와 국제 협력을 위한 노력, 특히 이웃 에리트레아와의 국경분쟁 해소를 위해 결단력 있는 이니셔티브를 취한 것과 관련해 노벨평화상을 수여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에티오피아 총리실은 수상 소식에 성명을 내고 “국가적 자랑”이라면서 “모든 에티오피아인의 승리이자, 에티오피아를 번성하는 국가로 만들려는 우리의 의지를 강화하라는 요구”라고 평가했다.

아비 총리는 오랫동안 국경분쟁을 벌여온 에리트레아와의 화해를 주도한 공로로 이미 유력 평화상 후보로 점쳐졌었다. 1952년 에티오피아에 합병됐던 에리트레아는 30년에 걸친 투쟁 끝에 1993년 독립했다. 그러나 1998년 불분명한 국경으로 인해 양국 간 전면전이 촉발되면서, 2000년까지 국경을 둘러싼 전쟁이 벌어져 양측에서 8만 명이 넘는 희생자가 발생했다.

지난해 4월 당선된 아비 총리는 취임 직후 약 20년간 분쟁 관계였던 에리트레아와 화해를 적극 추진했고, 같은 해 7월 종전 선언을 이끌어내고 양국 외교관계를 정상화 해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노벨위원회는 한 쪽의 노력만으로는 평화가 성립되지 않는다면서, 아비 총리가 내민 손을 잡은 에리트레아의 이사이아스 아페웨르키 대통령의 공로도 높이 평가했다.

아비 총리는 지난해 또 다른 국경분쟁 국가인 소말리아와도 관계 개선에 합의해, 41년 만에 양국 간 민항기 운행이 재개되기도 했다. 그는 서쪽 접경국인 수단과 남수단의 분쟁에도 뛰어들어 지난 8월 수단 군부의 권력이양협정 서명식을 이끌어내는 데도 기여하는 등 아프리카 내 평화 구축을 위한 노력을 주도해 ‘동아프리카의 평화 전도사’로 인정받아왔다. 아비 총리는 이 같은 공로로 지난 4월 유네스코(UNESCO)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 밖에도 아비 총리는 취임 이후 △국가비상사태 해제 △수천 명의 정치범 사면 △언론 검열 중단 △불법 야당 합법화 △부패 혐의를 받는 군 지도자 해임 △여성 인권 신장 정책 실시 등 국내 정치에서도 괄목할 만한 개혁 행보를 걸어왔다.

아비 총리는 지난 8월 문재인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 한국을 공식 방문한 바 있다. 당시 아비 총리는 에티오피아가 북한과 외교관계를 수립한 나라인 만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도록 관심과 지지를 보여 달라는 문 대통령의 당부에 “하나의 한국, 남북의 통일을 기원한다”고 화답했었다.

한편 수상은 불발됐으나, 발표에 앞서 스웨덴의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6)가 유력 후보로 거론돼 최연소 노벨상 수상 기록을 세울지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툰베리는 지난달 유엔 총회에서 “당신들은 빈말로, 내 어린 시절과 꿈을 앗아갔다”며 기후 변화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세계 정상들을 꾸짖어 국제 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역대 최연소 노벨상 수상자는 2014년 당시 17세의 나이로 평화상을 수상한 파키스탄 여성운동가 말랄라 유사프자이(22)다.

툰베리 외에도 해외 베팅업체와 외신들이 거론했던 유력 후보로는 △이슬람 사원 총격 테러 포용과 관용으로 사고 수습에 나섰던 저신다 아던(39) 뉴질랜드 총리 △아마존 열대우림을 보호하기 위해 일생을 바친 브라질 카야파족의 족장 라오니 메투티레(89) 등이 있다. 또 △구호단체 국제구조위원회(IRC) △유엔난민기구(UNHCR) △무기통제연맹(CAC) △국제 언론감시단체인 국경없는기자회(RSF) 등의 단체들도 후보 물망에 올랐었다. 올해 노벨평화상 후보는 개인 223명과 단체 78개였다. 경쟁률이 301 대 1이었던 셈이다.

노벨평화상은 노벨상을 제정한 스웨덴 과학자 알프레드 노벨의 뜻에 따라 ‘국가 간의 우애, 군사력의 철폐와 축소, 그리고 평화 증진을 위해 최대 또는 최선으로 기여한 이’에게 주어진다. 1900년 노벨상이 제정된 이후 평화상은 지난해까지 총 99차례 개인 106명과 단체 27개(중복 수상 제외 시 24개)에 수여됐다. 이로서 올해 수상자인 아비 총리는 ‘100번째 평화상 수상자’라는 영예를 안게 됐다. 노벨평화상 시상식은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릴 예정이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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