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투자금액 5억→1억원으로 낮아진 뒤 일반인 투자 몰려… 적절한 투자제한 필요” 목소리
국내 헤지펀드 업계 1위 자산운용사인 라임자산운용(이하 라임)이 펀드 투자자들의 돈을 제때 돌려주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시장에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조국 법무부 장관에 제기된 수상한 자산운용 의혹과 은행이 판매한 파생결합펀드(DLF) 상품의 대규모 손실 사태 중심에도 사모펀드 문제가 지적된 만큼,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분위기다.
◇투자자 돈 못 돌려준 헤지펀드 1위 업체
11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9일 라임은 “대체투자펀드 중 사모채권이 주로 편입된 ‘플루토 FI D-1호’에 재간접 투자된 펀드와 전환사채(CB)ㆍ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이 주로 편입된 ‘테티스 2호’에 재간접 투자된 펀드의 환매를 각각 중단한다”고 밝혔다.
환매가 중단된 펀드의 규모는 약 6,200억원이다. 이중 4,400억원은 투자자가 환매 신청을 하면 투자금을 돌려줘야 하는 ‘개방형’ 펀드고, 나머지는 일정 만기가 돼야 지급하는 ‘폐쇄형’ 펀드다.
이번에 문제가 된 사모펀드들은 전통적인 투자대상인 주식이나 채권, 부동산뿐 아니라 사모채권과 CBㆍBW 등에도 투자하는 대체투자 상품이다. 전통 투자처보다 상대적으로 큰 위험을 부담하는 대신 높은 수익률을 노리는 구조다. 라임 측이 환매 중단 조치를 내린 건 투자한 기업들의 실적이 좋지 않아 유동성 문제가 생겼기 때문으로 전해진다. 라임 측은 “환매를 위해 자산을 무리하게 매각하면 수익률이 나빠져 투자자에게 손실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안전하게 회수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라임은 이미 다른 투자자들 돈으로 ‘돌려 막기’를 하며 수익률을 부풀리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지난 8월부터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검사를 받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라임 측에 정상적으로 환매가 재개될 수 있는 시점이 언제인지 계획을 마련하라고 통보한 상태”라며 “펀드 별로 성격이 상이하기 때문에 손실 가능성을 예단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일반인의 사모펀드 가입 규제해야”
라임이 투자한 기업들은 주로 코스닥에 상장된 정보통신(IT), 바이오 분야 기업들인데 실적 악화로 주가가 고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당장 투자금을 회수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이런 사실은 환매 중단 사태가 벌어지고 나서야 시장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사모펀드의 경우 공모펀드처럼 운영에 관해 일정 주기로 공시를 해야 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사모펀드는 분산투자 규제도 받지 않아 운용사 전략에 따라 얼마든 특정 기업에 거액을 집중 투자할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라임이 운영하는 펀드의 투자구조는 매우 복잡해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렵다”며 “공모펀드라면 불가능한 방식”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DLF 사태 등 일련의 사고를 계기로 일반인의 사모펀드 가입을 까다롭게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내 사모펀드는 1998년 처음 허용된 이래 시장 활성화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관련 규제가 완화돼 왔다. 특히 2015년에는 운용사 진입 규제가 완화되고, 최소 투자금액이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아지면서, 전문가나 거액 자산가가 아닌 일반 개인투자자도 투자에 참여할 환경이 조성됐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외국도 금융당국이 사모펀드 운영에 관여하지 않으며 규제를 풀어주고 있지만 한국과 다른 점은 일반 수준의 개인투자자가 가입하는 사례는 드물다는 것”이라며 “사모시장 자체를 막기보단 금융사가 위험한 사모상품을 폭넓게 파는 관행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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