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UN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스웨덴의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세계 각국의 정상들을 향해 “How dare you!”, 우리말로 “당신이 어떻게 감히!”, 공개적으로 이렇게 외쳤다. 사진은 당시 그레타 툰베리. EPA 연합뉴스

“How dare you!” 오래전에 배웠지만 간단하기도 해서 바로 기억이 난 영어 문구였다. 우리말로 “당신이 어떻게 감히!”일 텐데, 막상 번역해보니 좀 불편했다. 보통은 가당치 않게 화를 돋운 상대방을 질타할 때 쓰는 말이다. 영어 문화권에서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말로는 최소한 자신보다 윗세대에게는 하지 못하는 표현이다. 무례하게 들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달 유엔총회가 열린 미국 뉴욕의 행사장에서 스웨덴의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세계 각국의 정상들을 향해 공개적으로 이렇게 외쳤다.

인터넷에서 큰 화제를 모은 해당 영상을 보고 나서, 그리고 최근의 환경문제 소식을 잇달아 접하면서 소녀의 외침에 예의 운운할 상황이 아니라고 새삼 느껴졌다. 기성세대로서 속이 뜨끔했다.

1992년 브라질 유엔환경개발회의에서 널리 알려진 용어 ‘지속 가능한 개발’은 다음 세대의 생존과 번영에 위협을 가하지 않도록 지구 생태계를 지키겠다는 기성세대의 약속이었다. 그런데 말뿐이었다는 것이다. 세계 각국이 돈 버는 데에만 몰두한 탓에 아무 잘못 없는 소녀 세대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다고 했다. 실제로 올해 유난히 기후변화로 인한 ‘멸종 위기’ 경고가 곳곳에서 보고되고 있다. 과거에 다소 막연히 우려됐던 다음 세대는 바로 현재 우리의 자녀 세대를 가리키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5월 호주 국립기후복원센터가 발간한 보고서는 인류 파멸의 시점을 불과 30년 후인 2050년으로 설정했다. 물론 최악의 시나리오를 반영한 결과였지만, 전혀 과장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지구 온난화로 육지의 35%, 인구의 55%가 치명적인 태양열에 1년 중 20일 이상 노출된다고 한다. 한쪽에서는 빙하가 녹아 육지가 대거 잠기고, 다른 쪽에서는 사막화 현상이 빠르게 진행된다. 북극에서 아마존에 이르기까지 주요 생태계가 무너지고, 식량 생산은 급격히 줄어든다. 사안의 중대성을 인식한 국내 한 집단이 신속히 번역해 소개된 이 보고서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막연한 공포 조성용이 아니라 과학적 예측의 결과임을 강조하고 있다.

9월 미국의 전문지 ‘사이언스’에는 숲이나 초원에서 흔히 보이던 북미 지역의 새들이 1970년대 이후 급속히 사라졌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보고됐다. 사라진 수는 무려 32억 마리로, 전체 개체의 30%에 달한다. 연구진은 이 같은 추세가 지구촌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리라 예측했다.

1960년대 레이철 카슨은 저서 ‘침묵의 봄’에서 무분별한 살충제 사용으로 새를 비롯한 생태계 전반의 파멸 가능성을 이미 경고했다. 이후 환경문제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대안을 마련하려는 구체적인 노력이 세계적으로 활발했다. ‘침묵의 봄’은 현재까지도 세계인이 읽어야 할 명저 중의 명저로 꼽힌다. 하지만 이번 연구결과는 그동안의 노력이 과연 무엇이었는지 냉정하게 돌아보게 만든다.

공교롭게도 미국의 한 생태학자 역시 우리 자녀 세대를 우려했다. 기성세대가 어린 시절부터 주변에서 때로는 감동을 받으며 친숙하게 만나던 새떼를 자녀들은 아예 보지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새의 존재가 인간에게 어떤 의미인지에 대한 말도 잊지 않았다. 19세기 유럽의 광부들은 탄광에서 작업할 때 메탄가스나 일산화탄소에 노출되는 일에 대비해 카나리아를 넣은 새장을 가지고 들어갔다. 유해가스에 민감한 카나리아가 울지 않거나 움직임이 둔해지면 광부 역시 위험하다는 신호로 받아들여 신속히 대피했다. 지금 북미 지역의 새들이 사라지는 현상은 지구가 몹시 아파 인류가 위험해졌음을 알리는 긴박한 신호라는 설명이다. “당신이 어떻게 감히!”라는 말이 불편한 이유는 무례함이 아니라 무감각해진 진실을 일깨우기 때문일 것이다.

김훈기 홍익대 교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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