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니아 대통령, 노벨위 비판 성명… 지난해 미투 이어 문학상 또 구설 
올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오스트리아 작가 페터 한트케가 2016년 3월 23일 독일 슈투트가르트의 한 시상식에 참석할 당시의 모습. 연합뉴스

올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페터 한트케의 전범 옹호를 두고 논란이 거세다. 외신과 해외 작가들 사이에서는 노벨 문학상 반대 기류까지 일고 있다. 지난해 미투(#Me Too)로 인해 수상자 발표를 한해 미뤘던 한림원이 수상자 선정을 두고 올해까지 구설에 오르면서, 상의 권위와 공정성에 금이 가고 있다.

스웨덴 한림원은 10일 2019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오스트리아 작가 페터 한트케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한림원은 선정 이유에서 “소설, 에세이, 단편,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했고 언어학적 독창성을 지닌 작품으로 인간 경험의 특수성과 그 경계를 탐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선정을 두고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트케가 ‘발칸의 도살자’로 불리며 인종청소를 벌였던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세르비아 대통령을 옹호해왔기 때문이다. 밀로셰비치는 여러 민족이 혼재해 있던 유고 연방에서 세르비아 민족주의를 촉발시켜 내전을 주도했고, 1999년 구유고슬라비아국제형사재판소(ICTY)에 의해 전쟁범죄와 학살죄, 반인도적 범죄 혐의로 기소돼 2001년 체포됐다. 한트케는 2006년 밀로셰비치의 장례식에 참석해 “밀로셰비치는 영웅이 아닌 비극적 인물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연설했을 뿐만 아니라, 1990년대 코소보 내전 당시 세르비아에 대한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공습에 반대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한트케가 노벨 문학상 단골 후보로 꼽혀왔음에도 불구하고 그간 수상이 이뤄지지 않았던 데에는 이 같은 정치적 논란이 있었다.

한트케의 노벨 문학상 수상을 두고 코소보 내전의 피해 당사자들은 불편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세피크 자페로비치 보스니아 대통령은 11일 성명을 발표해 “불명예스러운 문학적 정치적 입장을 정당화한 행위”라며 “노벨위원회는 도덕적 판단력을 완전히 잃었다”고 비판했다. 내전 희생자 가족 모임인 ‘스레브레니차 학살 사건 희생자 어머니 모임’은 노벨위원회에 선정 취소를 요구하고 나섰다. 앞서 10일엔 코소보의 블로라 치타쿠 미국 주재 대사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인종적 증오와 폭력의 옹호자를 수상자로 선정했다. 무언가 크게 잘못됐다”고 썼다. 코소보 출생의 젠트 카카즈 알바니아 외무 장관도 “2019년에 우리가 목격하는 이 일은 얼마나 비열하고 부끄러운 행태인가”라고 지적했다.

10일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전범 옹호 논란이 있는 독일의 작가 페터 한트케가 발표되자, 영국의 작가 살만 루슈디가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이를 비판하고 나섰다.(왼쪽) 미국의 작가 조이스 캐럴 오츠 역시 관련 입장을 밝히면서 한트케의 노벨상 수상에 대한 논란이 격화되고 있다. 트위터 캡처

해외 작가와 인권단체들도 비판적이다. 국제 작가 단체 ‘펜 아메리카’는 한림원의 발표 직후 “대중적인 목소리를 사용해 역사적 진실을 왜곡하고 집단학살 가해자들에게 공공의 도움을 제공한 작가를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택한 것에 대해 어안이 벙벙하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맨부커상을 세 차례나 수상한 영국의 대표작가 살만 루슈디는 이 성명을 트위터에 리트윗하며 한트케 옹호자들과 맞서고 있다. 루슈디는 앞서 1999년에 영국 일간 가디언지에서 한트케의 밀로셰비치 옹호를 두고 “올해의 국제적 멍청이”로 비난한 바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여성작가 조이스 캐롤 오츠 역시 자신의 SNS에서 “작가들은 억압받는 사람들과 무력한 편에 서 있다”며 “이를 당황스러워하는 사람들의 반응은 홀로코스트 부정과 다르지 않다”고 일갈했다.

한트케는 이 같은 논란에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10일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발표된 직후 “스웨덴 한림원이 그 같은 결정을 한 것은 매우 용기 있는 것”이라며 “내 작품이 이제 빛을 보는 것 같다”고 밝혔을 뿐이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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