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발견한 하루’가 입소문을 타고 무서운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예상치 못했던 뜨거운 반응 속, 뜻밖의 ‘역작’ 탄생에 대한 기대감이 모이고 있다.
지난 2일 첫 방송을 시작한 MBC 수목드라마 ‘어쩌다 발견한 하루’(이하 어하루‘)는 자신이 만화 속 주인공인 줄 알았지만 사실은 엑스트라 캐릭터에 불과했던 여고생 은단오(김혜윤)가 정해진 운명을 거스르고 또 다른 엑스트라 하루(로운)과 사랑을 이뤄내는 본격 학원 청춘 로맨스 드라마다.
국내 포털 사이트에서 연재됐던 인기 웹툰 ‘어쩌다 발견한 7월’을 원작으로 하는 해당 작품은 첫 방송부터 눈길을 사로잡는 신선한 연출과 김혜윤을 필두로 한 청춘 배우들의 호연, 매 회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는 반전 엔딩의 연속으로 1020 시청자들의 취향을 저격하는 데 성공했다.
사실 당초 ‘어하루’는 큰 기대 속 출발했던 작품은 아니었다. 앞서 JTBC ‘SKY 캐슬’의 주인공 강예서 역으로 신드롬급 인기를 구가했던 김혜윤의 출연작이긴 했지만, 최근 그 명맥이 끊기다시피 했던 ‘청춘물’이라는 점과 김혜윤을 제외하면 로운, 이재욱, 이나은, 정건주 등 연기돌 출신 배우 혹은 신예들로 구성된 주연 캐스팅 라인업이라는 점은 기대보단 우려를 낳기 충분했다.
실제로 첫 방송 전 열렸던 제작발표회 당시 주인공 김혜윤은 “고민도 많고 걱정도 많이 되고 설렘도 크다”는 말로 첫 주연작에 대한 떨림을 드러낸 바 있으며, 로운 역시 “김혜윤처럼 ‘불안함 속 재미’를 느끼고 있다. 감독님의 말씀을 녹여내는 것만 고민하고 있다”며 데뷔 이후 첫 주연작에 대한 속마음을 전했다.
이 외에도 동시간대 전작이었던 ‘신입사관 구해령’이 자체 최고 시청률 7.3%, 최종회 시청률 6.6%를 기록했던 만큼 전작의 힘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 역시 이들에게는 핸디캡이었다.
기대가 적었던 만큼, ‘어하루’를 향한 뜨거운 반응과 줄 잇는 호평은 더욱 특별하다. 특히 ‘어하루’를 향한 폭발적인 관심의 큰 비중을 ‘신선한 연출력’이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케이블 채널들이 발굴의 연출력을 선보이기 시작하면서 지상파의 연출력이 시대를 역행한다는 지적을 받기 시작한 것은 이미 오래 전의 일이다. 이 가운데 웹툰을 영상 속에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어하루’의 통통 튀는 연출은 ‘지상파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
‘어하루’의 연출을 맡은 김상협 PD는 최근 본지에 첫 방송 이후 작품을 향해 쏟아진 시청자들의 호평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김 PD는 “이런 장르에 대한 낯섦이 신선함으로 받아들여졌다면 다행”이라며 “걱정했던 것 보다 시청자들, 특히 젊은 시청층이 잘 이해하고 따라와 준다는 반응을 받고 있는 것 같아 안심이다”라고 말했다.
앞서 ‘왕은 사랑한다’ ‘화려한 유혹’ ‘로열 패밀리’ 등 청춘 학원물과는 다소 결을 달리하는 작품들을 연출해 왔던 김 PD는 앞선 제작발표회 때부터 청춘 로맨스에 대한 기대감과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의 자신감은 결국 ‘1020 시청층의 취향 저격’이라는 기분 좋은 결과로 돌아왔다.
과거 다양한 청춘물들이 안방극장을 찾았지만, 손에 꼽히는 몇 작품을 제외하고는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데 성공한 이들이 없었다. 자연스럽게 국내 드라마 시장은 ‘청춘물 불모지’가 되어갔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어하루’가 젊은 시청자들의 취향을 저격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김 PD는 “‘어하루’는 MBC가 오랜만에 선보이는 학원물로 10대들이 조금 더 특별하게 느낄 수 있는 친밀감과 감수성으로 취향을 저격한 것이 아닌가 싶다”며 “학교라는 한정된 공간과 성장드라마의 상투성을 벗어나 만화 속 엑스트라가 자아를 찾고 만화 속 세상을 주체적으로 바꾼다는 판타지를 가미해 학원물의 통념을 뛰어넘고자 했다”고 전했다.
최근 호평을 받고 있는 신선한 연출과 관련해 주안점을 둔 부분에 대해서는 “원작 웹툰 때문에 걱정했던 것은 없다. 다만 원작이 보여주는 세계관을 드라마로 구현해 내는 것이 과제인 것은 분명했다”며 “주인공 은단오의 자아 각성과 스테이지, 쉐도우 구분을 시청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표현해 내는 것이 작품의 가장 큰 리스크이자 도전 포인트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어하루’ 상승세의 또 다른 주역은 주인공 은단오 역으로 열연 중인 김혜윤이다. 김혜윤은 매 회 극의 80% 가량을 웃도는 대사량과 ‘미친 연기력’으로 극을 하드캐리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앞서 이름을 알렸던 ‘스카이캐슬’ 이후 첫 작품이자 첫 주연, 첫 로맨스물 도전임에도 흔들림 없는 기량으로 능동적인 여성 주인공 캐릭터의 서사를 쌓아가고 있는 그다.
김 PD 역시 김혜윤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감독 이상으로 대본을 해석해 200% 만족스러운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며 극찬을 전한 김 PD는 “전체 회당 대본의 8~90%가 본인의 분량이다 보니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굉장히 힘들었을 거다. 심지어 촬영 중에 두 번이나 편도가 붇고 열이 올라 병원을 다녀왔는데, 그럼에도 집중력을 놓치지 않더라. 캐스팅 당시 은단오 역에 혜윤이가 적격이라고 판단했는데 그 선택이 옳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총 32부작으로 편성된 ‘어하루’는 현재 8회까지 방송된 상태다. ‘하이틴 로맨스물의 부활’ ‘지상파 드라마 연출력의 재조명’ ‘배우 김혜윤의 존재감 입증’ 등 다양한 기대감과 의미를 등에 업고 남은 절반을 달려 나갈 ‘어하루’가 유종의 미를 거두며 MBC의 ‘역작’으로 남을 수 있길 기대해 본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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