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와 지난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의 특징은 신구 세대, 남녀의 조화로 요약된다. 두 해에 고르게 남녀 수상자를 꼽은 것은 물론 스무살이라는 수상자들의 연령 차도 눈에 띈다. 스웨덴 한림원이 ‘편중된 노벨 문학상’이라는 고정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고심한 결과로 보인다.
10일 올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오스트리아 작가 페터 한트케는 1942년생으로, 2018년도 노벨 문학상의 주인공 폴란드의 올가 토카르추크(1962년생)와 스무살 차이가 난다. 세대가 다른 만큼 작품 세계의 차이도 크지만 한트케가 ‘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이라는 작품으로, 올가가 ‘플라이츠’로 현대인의 쓸쓸함과 불안을 그렸다는 점 등은 꽤나 닮았다.
역대 노벨 문학상 수상자 평균 연령이 60대 후반인 것으로 볼 때 토카르추크는 젊은 편이다. 지난 5월 각 분야별 노벨상 수상자들의 평균 연령을 분석한 캐나다 매체 투워드 데이터사이언스에 따르면, 노벨 문학상의 경우 1900년대 초 60대 중반을 맴돌다가 1920~1950년대쯤 60대 초반 언저리로 내려 앉더니 이후로는 60대 후반에 머물고 있다. 이 때문에 작가의 전성기를 한참 지난 후 수상하는 경우가 많아 노장 작가들을 위한 상이라는 비아냥이 나오기도 했다.
올해와 지난해 수상자에 각각 남성과 여성을 올린 사실도 눈에 띈다. 1901년 노벨 문학상 제정 이후 2017년까지 116년 간 수상자 114명 가운데 여성은 14명(12.3%)에 불과하다. 2015년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벨라루스), 2013년 앨리스 먼로(캐나다), 2009년 헤르타 뮐러(독일) 등 2000년대 들어 여성 수상자가 늘기는 했으나 커가는 여성 작가 영향력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라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됐다. 여기에 지난해 ‘미투(#Me too)’ 운동 여파까지 더해지며 한림원 안팎의 논쟁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고심이 엿보이는 수상자 선정이지만 한계는 여전하다. 한림원 위원인 스웨덴의 안데르스 올손 작가는 발표 며칠 전 인터뷰를 통해 “그간 노벨 문학상은 유럽, 그리고 남성 중심이었다”면서 “이제 우리는 세계 총체성을 고려한 그 이상의 것을 추구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된 두 수상자 모두 유럽 출신이어서 탈(脫) 유럽의 파격을 보여주진 못했고, 유력한 수상 후보 다수가 여성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선정 결과로 볼 수도 없기 때문이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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