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 토카르추크가 지난해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 후 책 '플라이트'와 트로피를 들고 환히 웃고 있다. AP 연합뉴스

2018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올가 토카르추크는 이견의 여지가 없이 폴란드를 대표하는 여성 작가로 손꼽힌다. 신화와 전설, 외전, 비망록 등 다양한 장르를 차용한 작품으로 인간의 실존적 고독과 소통의 부재, 이율배반적 욕망을 포착해 문학으로 승화시켰다고 평가 받는다.

1962년 폴란드 출생인 토카르추크는 공산정권 하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본격적으로 문학 경력을 시작하기 전 바르샤바 대학에서 심리학을 공부했으며, 1985년 대학 졸업 후 심리치료사로 일하기도 했다. 타인의 내면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토카르추크의 이러한 이력은 이후 문학 세계에도 영향을 끼쳤다. 토카르추크의 대표작을 국내에 번역한 최성은 한국외대 폴란드어과 교수는 “작가 스스로 공감의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다는 게 글쓰기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했던 만큼, 타 문화에 대한 열린 마음과 관용적인 태도, 그리고 새로운 형식에 대한 시도가 높이 평가 받았을 것”이라고 수상 이유를 분석했다.

토카르추크는 데뷔 때부터 대중과 평단의 지지를 고루 받아온 작가다. 등단작 ‘책의 인물들의 여정’(1993)은 폴란드 출판인협회가 선정하는 ‘올해의 책’으로 꼽혔으며, 세 번째 장편소설인 ‘태고의 시간들’(1996)는 폴란드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니케 문학상의 ‘독자들이 뽑은 최고의 작품’으로 선정됐다. 지난 1월 은행나무 출판사를 통해 국내에도 소개된 ‘태고의 시간들’은 20세기 폴란드 역사를 배경으로 가상의 마을 ‘태고’에서 살아가는 가족 삼대의 이야기를 다룬다. 러시아와 프로이센, 오스트리아의 분할 점령 시기와 1·2차 세계대전, 유대인 학살을 비롯해 끊임없이 외부 침략에 시달려야 했던 폴란드의 비극적 역사를 한 가족의 모습을 통해 그려낸다. 허구와 현실을 넘나들며 20세기의 야만적 시대를 소설로 기록한다.

특히 토카르추크는 소설에서 여성들의 탄생, 성장, 결혼, 출산, 노화, 죽음에 이르는 인생 여정을 따라감으로써 역사에는 기록되지 않거나 누락됐던 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이들의 삶을 복원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 여성의 목소리 복원에 힘쓴 토카르추크의 노력은, 지난해 ‘미투(#MeToo)’ 파문으로 노벨 문학상 수상자를 발표하지 못했던 한림원이 페미니즘 물결에 부합하며 여성작가를 선정할 것이라는 예상과도 맞닿아 있다.

니케 문학상 대상 수상작이자, 지난해 맨부커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작인 단편소설 ‘플라이츠(Flights)는 마음만 먹으면 모든 관계로부터 즉시 떠나가는 현대인들의 노마드적 생활양식과 현대인의 쓸쓸함을 담은 작품이다.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운영위원회는 당시 이 작품에 대해 “전통적인 양식을 뛰어넘는 내러티브를 보여주는 데 성공한 소설”이라고 선정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토카르추크의 노벨상 선정 배경에는 ‘플라이츠’와 니케 문학상 수상작인 ‘야고보서’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고 권위 문학상인 맨부커상과 노벨 문학상을 잇달아 수상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플라이츠’는 ‘방랑자들’이라는 제목으로 민음사에서 출간이 예정돼 있다.

이 외에도 장편소설 ‘E.E’(1995), ‘낮의 집, 밤의 집’(1998), 소설집 ‘옷장’(1997), ‘여러 개의 작은 북 연주’(2001), ‘마지막 이야기들’(2004), 문학에세이 ‘인형과 진주’(2000) 등의 작품이 있다. ‘E.E’는 폴란드에서 TV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했고, ‘낮의 집, 밤의 집’과 ‘선사시대, 그리고 다른 시간들’은 연극으로 무대에 올랐다. 2017년에는 그의 소설 ‘죽은 자들의 뼈 위로 쟁기를 끌어라’를 각색한 아그니에슈카 홀란트 감독의 영화 ‘(짐승의) 자취’가 베를린 영화제에서 은곰상을 받았다.

한국 문학과의 연도 깊다. 2006년에는 한국문학번역원 초청으로 ‘제1회 세계 젊은 작가 축전’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고, 2014년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가 폴란드에 번역출간 됐을 당시 바르샤바 낭독회에서 한 작가와 만남을 갖기도 했다. 한 작가가 2017년에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을 수상하고, 이듬해 토카르추크가 같은 상을 수상했다. 토카르추크의 수상으로 폴란드는 1996년 시인 쉼보르스카를 포함해 다섯 명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를 보유한 국가가 됐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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