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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비교적 일관되게 설명하고, 가해자 또한 이를 인정한다면 범행 일시 등에 대한 피해자 진술이 다소 부정확해도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인터넷 언론사 대표 최모(74)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유죄 취지로 돌려보냈다고 10일 밝혔다.

최씨는 2014년 9월부터 2016년 3월30일까지 비서 A씨의 허리를 껴안으며 강제로 포옹하는 등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최씨는 전반적으로 자신의 범행사실을 인정하면서도 A씨가 정확한 날짜와 전후 상황 등을 헷갈려 하는 일부 추행 건에 대해서는 범행을 부인했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피해사실에 관한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됐다”며 최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성폭력치료강의 40시간 수강명령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정반대의 판단을 내렸다. A씨가 제출한 고소장에 따르면, 첫 추행을 당한 때가 2014년 10월쯤인데 최씨 일정이 적힌 달력을 보면 그 때 최씨가 그 장소에 있을 수 없었다는 반박을 받아들였다. 2심 재판부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믿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다시 뒤집었다. 가해자 스스로가 약 2년 동안 거의 매일 피해자를 포옹하거나 목에 입맞춤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는데다, 피해자가 최초 피해를 당한 후 2년 후에야 고소해 단순 표현상의 차이나 시간경과에 따른 기억력의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봤다. 거기다 가해자의 달력 기재내용은 사후적으로 쉽게 가필이 가능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한 2심을 다시 하라고 판결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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