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개각 이전까지 일본의 외무장관으로서 한일관계를 담당해 온 고노 다로(河野太郎) 방위장관이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판결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종료 등 현안과 관련해 “한국의 외교부와 인식을 공유해 왔으나 청와대의 인식은 달랐다”고 말했다.
고노 장관은 10일 발간된 월간지 ‘문예춘추’와의 인터뷰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는 휴대전화로 대화할 수 있는 관계였다”며 “(지난해 한국 대법원의 판결에 앞서) ‘1965년 한일 기본조약과 청구권 협정이 (양국 관계의) 법적 기반이기 때문에 이를 뒤집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전했고, 외교부도 이런 인식을 공유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측과의 대화 내용을 상세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그(대법원 판결) 후에도 강 장관과 몇 번이나 대화하면서 1965년 청구권 협정과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 등 양국의 지금까지의 기초 위에서 해결책을 모색할 수 없는가 하는 생각을 공유해 왔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과 관련해서는 “(종료 결정 이전)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일 외교장관 회담 때에도 지소미아에 대해 강 장관과 얘기를 나눴다”며 “아마도 한국 정부에서 외교부와 국방부를 중심으로 북한 정세가 긴박해지는 가운데 ‘이것은 별개의 얘기’라는 인식이 있었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강 장관이 귀국했을 때 문재인 정권은 지소미아 파기를 선언했다”며 “청와대의 인식은 (외교부, 국방부와) 달랐던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한일관계 전망과 관련해선 “한일 정치가들이 입장이 서로 다른 가운데 지혜를 짜낸 것이 1965년 협정으로, 이를 바꾸는 것은 역사를 다시 쓰는 것과 같다”며 “한국의 역대 정권이 이를 이해해 왔듯이 문재인 정권도 정치적 용기를 내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고노 장관의 발언은 문예춘추가 이른바 ‘포스트 아베’로 꼽히는 정치인들을 인터뷰한 기사에 포함돼 있다. 고노 장관을 포함한 주요 일본 정치인들의 한일관계에 대한 인식이 담겨 있다.
고노 장관에 이어 한일관계를 담당하고 있는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무장관은 관련 인터뷰에서 “1965년 한일 기본조약과 청구권 협정 이후 한국과는 전후 일관되게 우호관계를 쌓아왔다”며 “현재 북한 문제를 포함해 한미일 연계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한국과의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한국 측이 일방적으로 1965년 합의를 뒤집고 말았다”며 “국제법 위반 상태를 조기에 시정할 것을 계속 강하게 요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당시 외무장관이었던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자민당 정조회장은 “양국 간의 국제적인 약속은 어떠한 이유가 있더라도 지켜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향후 무엇을 약속하더라도 의미가 없어지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한국에는 현재 약 4만명의 일본인이 살고 있는 것도 현실”이라며 “한반도 유사시에 이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선 한국의 대응이 말도 안 된다고 해서 ‘화가 나니 사귀지 않아도 된다’고 할 수는 없다”고도 했다.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후생노동장관은 “나라를 옮길 수 없는 만큼 한국은 영원한 이웃”이라며 “때문에 다음 세대를 위해서라도 제대로 된 관계를 구축하고 룰을 제대로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의미에서 양쪽 주장의 배경에 무엇이 있는지 대화를 거듭해야 한다”며 “다만 일방적으로 일본이 양보해야 한다는 주장은 전혀 아니며 지속가능한 관계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은 “일본의 주장이 통하기 위해서라도 한국이 왜 저렇게 말하는지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양국의 역사를 제대로 알고서 논의하지 않으면 한국의 어떤 주장이 틀렸는지를 국제사회가 판단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 노다 세이코(野田聖子) 전 총무장관은 “일희일비하지 말고 쿨하게 (한국의) 정권 교체를 기다려도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