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구성원 릴레이 기고 <4>
채성준 정의당 서강대학교 학생위원장

강사법 후폭풍이 학생 사회에까지 불어 닥쳤다. 강사들이 해고되고, 강의수가 급격히 줄면서 지난 8월 수강신청 기간엔 이전보다 훨씬 심한 ‘수강신청 대란’이 일어났다. 학생들은 1인당 연간 610만원의 등록금을 내고도 본인이 원하는 수업을 듣지 못하는데다, 심지어는 웃돈을 내고 수업을 거래하기까지 한다. 대학이 강사들에게 겨눈 칼날이 끝이 급기야 학생들에게까지 향하고 있는 것이다.

강사 처우에 대한 학생들 인식 수준이 높지는 않지만, 상대적으로 가까운 대학원생들이 처한 열악한 현실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 친구이자 선배인 주변의 대학원생들은 자신을 소개할 때 ‘노예’라고 소개한다. 대학원에 진학하는 학생들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절대 을(乙)’의 신분으로 전락할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부생들은 설사 공부가 더 하고 싶어도 불안정하고 빈곤한 생활을 감수하면서까지 학자의 길을 걸으려 하지 않는다. 대학원에 진학하는 열 중 아홉이 당장 취업이 안 돼서 학위라도 따기 위한 경우가 대다수다.

강사나 대학원생과 같은 학내 구성원들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지만, 정작 학부생과는 연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최근 조국 법무부 장관의 자녀 특혜 논란으로 촉발된 서울대, 고려대 시위에서 학생회들은 ‘탈정치’를 구호로 집회를 열었다. 심지어 서울대생들은 지난 2월 서울대 기전노조의 파업을 두고 ‘중단하라’는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한국 사회가 가지고 있는 노동에 대한 인식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개정 강사법’ 자체에 비난 프레임이 맞춰지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파업이 왜 불편함을 끼치는 것인지, 연대는 어떤 의미인지, 지금 학생들의 일상에는 이러한 문제를 표현할 언어조차 없다.

학생회는 목적을 위해 탄생한 조직이지만, 이제는 조직의 존속 자체가 목적이 되었다. 학생회는 학교와 학생 양측의 의견을 전달하기만 한다. 방향을 제시하거나 학생의 여론을 형성하는 기능을 상실했다. 반면 홍익대, 동국대 노조의 활동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배경과 진행 과정을 알리는 학생들이 있었으며, 학생들의 직간접적으로 연대가 있었다.

학생들의 연대가 필요하다. 대학의 기업화는 한국 사회의 슬픈 현실이지만 이는 양면을 가지고 있다. 학교는 학생을 서비스 수요자로 본다. 대학에게 선택권을 가진 학생들이 강력한 압박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학생은 강사가 아니지만, 수업권을 침해당한다는 면에서 당사자이기도 하다. 학생들에게 직접 들어보면, 그들이 가진 분노의 목소리들이 조금씩 축적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학생들은 대단한 신념이 아닌, 실업과 불안정 노동에 놓인 자신들의 모습에 대한 작은 연대부터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채성준 정의당 서강대학교 학생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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