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단체들 성명서 발표… “1965년 체제 불안정성 시정해야”
이홍구 전 국무총리를 비롯한 각계 원로들이 10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정권에 한반도 적대정책을 철회하고, 1965년 체제를 시정해 나가자고 주장했다. 한일관계가 1965년 수교 이래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자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정책 전환을 촉구한 것이다.
동아시아평화회의(좌장 이 전 총리)ㆍ대화문화아카데미(이삼열 이사장)ㆍ주권자전국회의(이수호 상임대표) 등 각계 원로 지식인으로 구성된 3개 단체는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번 성명에는 정치ㆍ학계ㆍ종교ㆍ문화예술계 등 원로 105명이 이름을 올렸다. 기자회견에는 이 전 총리와 함세웅 신부, 최상용 전 주일대사, 김성재 전 문화관광부 장관, 이부영 전 국회의원 등이 참여했다. 한일관계가 더 이상 악화되어선 안 된다는 판단에 진보와 보수를 망라한 원로 단체들이 이례적으로 한목소리를 낸 것이다.
이들은 “아베 정권이 7월 초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발동하고 8월 초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한 것이 2018년에 개시된 한반도 평화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1965년 체제의 불안전성을 깨야 한다고 촉구했다.
1965년 체제란 당시 양국이 한일기본조약과 청구권협정을 맺고 국교를 정상화했지만, 청구권협정에 대한 해석 차이로 불안정한 관계를 이어온 것을 뜻한다. 한국 정부는 당시 일본의 반인도적 불법행위에 대한 배상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봤지만, 일본은 경제협력자금 제공으로 피해자 배상 문제가 모두 해결됐다는 입장이다.
세 단체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은 정당하다”면서 “아베 정권은 1965년 체제에 대한 일방적 해석이 역사의 흐름을 외면하고 동아시아 평화를 오히려 위협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성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동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일본이 한국과 함께 북한의 비핵화를 견인하고, 나아가 동아시아를 비핵무기 지대로 만들어나가는 길에서 한국의 성실한 동반자가 돼 주기를 기대한다”며 “일본이 북한과 오랜 비정상 관계를 최종적으로 청산하고 한반도와 일본이 새로운 백 년을 함께 열어나갈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