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인 지난 5월 16일 오전 서울 구로구 일대가 온통 뿌옇다. 연합뉴스

도심 미세먼지 주요 배출원으로 꼽히는 노후 경유차를 폐차하라고 지원금까지 주며 국민에게 권장해온 환경부가 오히려 경유차를 중고로 민간에 팔고 다시 경유차를 사들여온 것으로 드러났다.

10일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환경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환경부 및 산하기관이 처분한 중고 경유차는 445대로 이 가운데 폐기한 차량은 8대(1.8%)뿐인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중고 경유차로 민간에 매각한 차량은 391대(88%)에 달했다. 27대(6%)는 무상 관리 전환, 18대(4%)는 관리 전환했고 1대(0.2%)는 리스가 종료됐다. 관리 전환은 차량의 관리 권한을 다른 기관으로 넘기는 것을 말한다.

환경부가 처분한 445대 가운데 연식이 10년 이상인 131대는 배출가스 보증 기간이 만료됐는데도 매연 저감장치(DPF)를 부착하지 않거나 부착 여부에 대한 파악조차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기환경보전법 58조는 배출가스 보증기간이 지난 자동차는 DPF 부착 등으로 매연 배출 기준을 지켜야 한다고 규정한다. 차량의 배출가스 허용기준 적합 여부를 단속하고 관리하는 주무 부처인 환경부가 규정을 어긴 것이다.

저공해차 구매에 앞장서야 할 환경부와 산하기관이 실제로는 수백 대의 경유차를 구입한 사실도 확인됐다. 한 의원에 따르면 환경부와 산하기관은 최근 5년간 예산 213억원을 들여 542대의 경유차를 사들였다. 2016년 기준 전국 미세먼지 배출량 중 약 12%가량을 경유차가 배출한다. 특히 수도권에선 미세먼지 배출량 6만톤 가운데 1만5,000톤(26.2%)이 경유차로 인해 발생할 만큼 비중이 크다. 한 의원은 “미세먼지 저감 정책을 추진하는 환경부와 맞지 않는 이율배반적인 행태”라며 “환경부는 노후 경유차가 시장에 유통되지 않도록 하고 저공해 차 구매를 선도하면서 미세먼지 줄이기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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